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을 ‘C’ 학점 정도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에 따르면 노동자 100인 이상 기업 321곳의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업무능력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무성취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70점대(70∼79점)에 머물러 있다는 답변(48.5%)이 가장 많았다. 80점대는 35.0%, 60점대도 12.7%를 차지했다.

◇ 기업요구와 동떨어진 대학교육=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성취에 대한 불만족 이유로는 조사대상의 42.3%가 “대학교육이 기업의 인력수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인력선발과정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지 못해서(30.8%)라거나, 사회전반적인 인력의 질적 저하현상 때문(20.5%)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늘리고, 산학협동 강화해 노동시장에서 원하는 인력을 대학에서 적절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불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면서, 이들이 생각하는 업무능력 대비 임금과 실제임금의 격차 또한 큰 것으로 조사됐다.

◇ “비제조업·대기업 신입사원 임금 높다”=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대졸 신입사원의 적절한 임금수준에 대해 연봉 1천936만8천원(월 평균 161만4천원)이라고 답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이 실제로 받는 임금은 연봉 2천248만8천원(월 평균 187만4천원). 연간 312만원(16.1%)의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격차는 비제조업과 대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제조업(20.7%)이 제조업(13.1%)보다 7.6%포인트 높았고, 대기업(18.6%)이 중소기업(9.7%)에 비해 8.9%포인트 높았다. 다시 말해,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비제조업과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들이 업무능력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신입사원 20.6%가 1년 내 퇴사= 경총은 대기업과 하위직급 중심의 노동운동과 대기업의 경쟁적인 우수인력 확보전략이 지나친 대졸 초임 인상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업무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된 대졸 신입사원 임금수준이 결과적으로 신규채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경총의 시각이다.

한편 지난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20.6%가 1년 내에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2.0%), 규모별로는 중소기업(32.5%)에서 연간 퇴사율이 높았다.

퇴사이유로는 조직적응 실패(48.5%), 급여·복리후생 불만(27.3%), 공무원·공기업 취업 준비(13.6%)라는 답변이 많았다. 경총 관계자는 “업무능력 향상과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고용흡수력 증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점·영어성적 아니라 적응력·협동심 본다”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인력을 채용할 때 조직적응력과 협동심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있었다. 경총 조사결과 28.3%에 달했다. 업무전문성이나 창의성(22.7%), 적극성과 성취욕(22.3%), 인간성과 원만한 대인관계(21.1%)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점이나 영어성적은 4.0%에 불과했다. 예전에 신입사원 채용에서 객관적 지표로 높게 평가됐던 학점·영어성적이 부수적인 간접자료로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최근 들어 학점·영어점수의 인플레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인력채용 경향이 이른바 ‘간판’보다는 인재의 내재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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