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다음 달 1일 발간되는 금융노보 최신호에서, 금융노조가 제기한 은행창구영업시간 단축은 은행원들의 근무시간을 정상화시키자는 '사회적 의제'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가 사회적 의제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산별임단협 논의 과정에 있는 영업시간 단축의제를 언론에서 조기에 공론화시켜 '귀족은행원이냐… 네티즌 폭발', '고객은 뒷전인 금융노조', '세금깔고 앉아 일 더하겠다는 은행노조', '은행영업시간 단축은 집단이기주의다' 등의 제목으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감행한 사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한국의 노동계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시장주의적 대중독재에 침묵했던 노동계 =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단축 의제가 분출되면서 노동계가 침묵하는 사이,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가 지난 4월18일자 칼럼에서 '시장주의적 대중 독재의 도래'라고 평가한 부분을 노보에 인용했다. 당시 박 교수는 "노르웨이에 살면서 3시30분에 문닫는 은행을 편하게 이용해온 필자로서는 금융노조의 제안이 설득력이 있었는데 사회의 반응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웠다"며 "자본의 이윤극대화 이외에는 어떤 의제도 거부하는 극단적 자본주의의 정치행태,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시장주의적 독재"라고 평가했으며, 금융노조는 노보에 이 부분을 인용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가 "제발 업무스트레스를 좀 줄이게 해달라는 은행노동자들의 호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90%의 응답자 들 중에서는 분명히 스스로도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도, 머잖아 과로사로 요절할 이들도 꽤 있을 터인데, 그들이 자신의 실질적인 계급적 이익은 각성하지 못한 채 자본독재에 대중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언론을 비롯해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을 금융노조는 노보에 반영했다.

금융노조는 또 언론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아침 8시에 출근해 각종 실적관련 업무에 시달리다가 밤 10~11시에 퇴근하고, 휴일에도 출근해 고객관리,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고용불안은 차치하더라도, 질병과 과로사에 노출된 은행노동자들의 생활을 더 참고 인내하라는 강요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노동계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론화를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 영업시간 단축은 고객불편? = 금융노조는 또 과도한 초과근무 단축을 요구하면서, 하나의 제도적 방안으로 제기한 창구영업시간 단축이 고객불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별임단협 협상과정에서 창구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고객불편 해소방안은 충분히 논의될 것이며, 현재 대주주만을 위한 고배당을 중단하고 은행경영진이 대규모 투자와 비용을 감당한다면 일시적인 고객불편은 더 큰 고객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노조는 노보에서 "금융공공성까지 훼손하는 단기실적주의에 따른 은행간 과다경쟁이 더 큰 문제이지, 은행원들의 과도한 초과근무와 이를 줄여달라는 은행원들의 실근로시간 단축요구가 대고객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13일자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강수돌 교수(고려대 경영학)가 "장시간 노동자도 일을 줄이고 은행도 시간을 줄여 모두 조금씩 여유를 늘리도록 하자는 제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주5일제를 하기 전엔 ‘토요 휴무’라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막상 토요일에 놀아도 세상은 역시 잘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고 주장한 부분을 노보에 반영했다.

금융노조는 은행원들의 과도한 초과근무 정상화와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면서, 일중독 사회를 여유로운 삶으로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모색의 장으로 올해 산별임단협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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