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균형을 상실한 채 미국측 요구가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4일 '한미FTA 분야별 1차 평가 보고서'에서 한미FTA 협상 쟁점 88개를 분석한 결과, 미국 측이 요구한 안은 77%(미국안 60개, 조건부 4개)가 반영된 반면, 한국 측이 요구한 안은 단지 8%(한국안 4개, 조건부 3개)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측 안과 미국측 안이 모두 반영된 경우는 총 14%(12개), 결정되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쟁점은 5개로 분석됐다. <표 참조>

범국본이 분석한 88개 쟁점은 지난해 8월 외교통상부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자료를 기초로 한 것이며, 1차 보고서 작성에는 김성진 변호사, 남희섭 변리사, 박근태 금속노조 부위원장, 조형일 민주노총 IT연맹 정책실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 등 각계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했다.

범국본은 또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FTA 협상단에 끝장 토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이 끝나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무릎을 맞대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 방송3사와 함께 '한미FTA 총론 및 분야별 끝장토론'을 개최해야 된다는 게 범국본의 설명이다.

범국본은 평가보고서에서 정부는 미국 측의 TPA(무역촉진권한)에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평가했다. 장기과제였던 미국과의 FTA를 한국정부가 서둘렀으며, 미국 측 일정에 따라 미국 측 표준문안을 준거 틀로 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개방'을 일방적으로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쇠고기, 스크린 쿼터 등 4대 쟁점을 선결조건으로 내주고 협상에 나섰으며, 협상 분과구성 자체도 미국 측의 의도대로 짜여 졌다고 범국본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미FTA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 처럼 '중저강도(낮은)' 수준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은 어떤 FTA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범국본의 평가다.

범국본은 한미FTA 협상 결과, 투자서비스 시장을 포괄주의(유보안 외의 모든 것을 개방)로 개방, 래칫(역진불가능 개방) 방식으로 개방, 투자분야의 최혜국 대우 미래유보를 통해 향후 다른 국가와 맺는 모든 특혜적 개방조치를 미국에게도 적용키로 한 것은 '점점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협상분야에 '상설위원회'를 둔 것은 한미 간 협의를 빙자해 미국의 개방 압력을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정부 각 부처 외에 별도의 내각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해 정부의 공공정책을 제약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설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높은 수준의 개방을 예고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증가도 도마에 올랐다. 한미FTA 체결로 농업과 사양산업에서 퇴출된 농민과 노동자들이 양질의 서비스직 일자리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며, 미국의 투자는 대부분 주식투자를 비롯한 포트폴리오 투자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범국본의 분석이다.

한편, 범국본은 1차 보고서에서 빠진 원산지, 통관절차 등 상품관련 쟁점과 투자, 서비스일반, 금융서비스, 전자상거래, 전문직 비자쿼터 등 투자서비스 관련 분야를 비롯해 노동, 환경, 정부조달, 경쟁 등과 관련해서는 추가로 평가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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