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노키아는 노사가 함께 가는데, 삼성은 노조는 없고 사용자들만 간다. 노조는 필요없다는 것이 한국 대표기업의 현실이다. 그래서 삼성은 절대 노키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노동대학 강연에서 '노조는 사회의 주체'라고 강조하면서, '무노조 경영' 삼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위원장은 노동운동을 통해 사회를 개혁해 내지 못한 과거를 반성하면서, 이제 주체로서 노조가 거듭나야 강한 노동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노조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삼성을 핀란드의 대표기업 노키아에 견줘 비판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계의 현실에 대한 자기비판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강연 중 연신 "누군가는 87년 이후 제기된 자율적 노동운동을 정립해야 되고 고민해야 될 시점인데, 같이 고민했던 사람은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외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와 대한노총으로 나뉘어졌던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념적으로 한국노총을 공격한 것은 '한심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일제시대를 지나 해방공간은 한국사회의 물적 토대가 농업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한노총과 전평 모두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았던 시기라는 게 이 이원장의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대한노총이 우익 정치가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평은 좌익 정치가들의 꼭두각시 역할밖에 더 했냐"며 한국노총을 흠집 내면서 자기정당성을 찾으려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이젠 그만했으면 하는 심기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특히, 경제규모는 세계 11위권으로 성장했으나, 노조 조직률은 세계 최저수준이요 노사관계는 세계 최하위권, 그래서 외국에선 한국의 노동운동을 최약체의 노동운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의 현실인식은 안타깝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상황인식이다. 그래서 그는 "노동운동도 이제 갈 때까지 다 갔다. 노동운동 자체만 봐도 뭔가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진정성 있는 고민을 민주노총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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