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증권업계간 지급결제기능 부여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자칫 자본시장통합법의 본질에 대한 논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증권업협회와 은행연합회까지 나서 지급결제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증권사 지급결제기능 부여를 강조한데 이어, 19일에는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가 이를 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1일과 16일 재정경제위에서 공방을 벌인데 이은 2차전인 셈이다.

노동계는 가열되는 지급결제기능 논란에 정작 집고 넘어가야 할 자통법의 주요 논쟁거리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급결제기능은 자통법의 하나의 조항에 불과하고 금융시스템의 부분 기능일 뿐인데 이 논란이 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노조 관계자는 “현재 계류 중인 자통법이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자통법 시행으로 야기될 부작용은 없는지가 주요 논쟁거리가 돼야 한다”며 “업계와 노조들까지 나서 지급결제기능과 관련해서만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계류 중인 자통법이 자산재분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법안시행 후 대형금융기관 위주로 통폐합이 진행됐을 경우 중소형사나 퇴출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 돼 있는지 등이 주요 논쟁거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자통법은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중요한 사안이 지급결제기능 논쟁에 가려 묻혀 버릴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1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예탁금은 100% 현금으로, 증권금융이 대표은행을 지정해 관리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객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에 자금이체를 요청할 때 이용되는 현금이기 때문에 재원 자체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자금이체 경로의 안정성도 적절한 위험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19일 “대형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 높은 증권사 역시 지급결제 직접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허용으로 소액 단기예금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대출금리가 상승돼 많은 서민 및 중소기업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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