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관광통역안내사도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제주도에 첫 관광통역안내사노조가 출범했다.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먹고 살길이 없어 노조를 결성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24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제주지역 관광통역안내 노동자들은 30일을 꼬박 일해도 월 45만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정규직이 아닌 이들에게 책정된 임금은 ‘일비’ 형태로 하루 1만5천원. 최근에는 관광객들도 줄어들어 한 달에 20일 이상 일하기도 힘들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여행사들이 저가의 덤핑상품을 앞 다퉈 내놓으면서 출혈경쟁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다 그남아 임금보전수단으로 이용돼왔던 쇼핑수수료(단체관광객 쇼핑 시 1~10%의 수수료를 쇼핑업체로부터 받음)도 사라졌다.

때문에 지난 11일 제주시청으로부터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김아리 여성연맹 제주 관광통역안내사 노조위원장은 “지금부터가 첩첩산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연말 제주국제여행업협의회를 상대로 일비 인상을 요구했더니 돌아온 것은 13명의 관광통역 안내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을 금지시키라는 협박 뿐”이라며 한숨을 내셨다. 실제로 제주지역 관광통역 안내사들은 그동안 자유소득업자로 분류되어 4대 보험 및 퇴직금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리휴가나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최소한의 모성권도 보호 받지 못한 채 25년간 임금이 동결된 채 살아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제주지역 관광통역 안내사들에게 ‘우리도 제 몫을 찾자’는 희망을 안겨주었고 첫 요구로 하루 일비 3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여행사에서 안내사의 급여, 수당을 깎아 비용절감 수단으로 사용해온지 벌써 50년, 안내사의 노동조건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관광 상품 또한 저가 덤핑 투어로 왜곡되어 질 높은 관광안내서비스가 힘들어진지 오래다"라며 "마침내 관광통역 안내사들도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고, 이에 민주노총은 이땅의 약자이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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