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단결과 단일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31일 2차 중앙위를 열고 올해 대선과 관련한 사업계획을 이같이 결정했다. ‘진보진영 단결과 단일후보 마련’이라는 용어는 점차 ‘진보대연합’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민주노동당 안팎에서는 ‘보수대연합’에 맞서는 ‘진보대연합’을 구축해서 올해 대선에서 ‘진검승부’를 겨뤄보자는 주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당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진영은 물론 ‘전진’이나 ‘다함께’ 등 범좌파 진영에서도 비슷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의 범주이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보수’로 규정하고 누구까지를 ‘진보’로 규정하는가를 두고서는 이견차가 남아있다.


진보 단결 ‘이구동성’

범주 논란은 진보대연합을 결정했던 지난달 중앙위원회에서 사실상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서 김인식 중앙위원은 ‘진보진영 단결과 단일후보 마련’이라는 대선목표 수정안을 발의하며 선거연합의 기준으로 “△신자유주의 반대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됨”이라는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인 이영희 중앙위원은 “진보진영 대단결에는 이견이 없지만 단일후보를 내는 것과 기준에 이견이 있다”며 김인식 위원이 제시한 3가지 기준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영희 중앙위원 수정안은 재석 248명 중 138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권영길 원내대표와 천영세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이용대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급 인사들도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 단결’까지는 결정했으나, 정작 단결의 대상인 ‘진보진영’이 누구인지까지는 결정하지 못한 셈이다.

‘진보’는 어디까지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사회당’과 ‘노동자의힘’ 등 상대적으로 왼쪽 진영을 ‘진보’로 규정하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창조한국 미래구상(미래구상)’을 비롯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천정배 의원이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진보대연합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서는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큰 틀에서 이들 세력까지 포함시켜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이들을 포함하면 자칫 ‘진보대연합’이 ‘반한나라당 연대전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특히 미래구상은 이들 세력까지 연대해서 연립정권을 구성하자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래구상식의 주장이 당내에서 커질수록 사회당과 노동자의힘 등 상대적 왼쪽 세력과 거리가 멀어진다. 민주노동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준과 원칙 먼저

그래서 최근 민주노동당에서는 진보대연합에 앞서 진보진영의 범주를 규정하는 기준과 원칙을 서둘러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일후보’는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진보’의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대선 예비주자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6일 “진보대연합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진보진영’의 기준으로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성현 대표도 이날 “사람중심이 아닌 진보의제 중심으로 가야한다”며 3가지 큰 기준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FTA 반대 △사유제한 도입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통일을 진보연합의 기준으로 꼽았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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