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민연금법 수정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뒤늦게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손잡고 수정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과반에서 5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당시 민주노동당 두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고 한나라당에서도 7명이 불참했다. 국민연금법 수정안은 65세 이상 노인 80%에게 10%의 기초연금을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각 정당 원내지도부는 표 계산을 끝내놓고 소속 의원 전원 참석과 자리를 뜨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외부 일정에 참석했던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여의도 벚꽃놀이 인파와 퇴근 정체 때문에 국회 인근 서강대교에서부터 본회의장까지 뛰어서 간신히 표결에 참석했다. 결국 수정안은 찬성 131, 반대 136, 기권 3으로 부결됐다. 한나라당에서는 고진화 맹형규 윤건영 이명규 이종구 이해봉 홍문표 의원이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간발의 차로 수정안이 부결되자 7명 불참 의원들을 당 윤리위에 회부했다. 국회의원의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지난 4일 의총에서 불참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열흘이 지난 12일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당시 노 의원은 의원단의 동의를 얻어 전북 남원의 카드수수료 인하운동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간발의 차로 표결에 ‘지각’했다. 노 의원은 국민연금법 부결 직후 기초노령연금법 표결에는 가까스로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노 의원실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 날 오후 4시 남원에서 강연을 하고 택시를 이용해 급히 대전역으로 이동했다. 이어 KTX를 타고 오후 6시 55분께 서울역에 도착했다. 국민연금법은 오후 7시 10분쯤 표결에 들어갔지만, 노 의원은 벚꽃놀이 인파와 퇴근길 교통체증 때문에 표결이 끝난 직후에야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본회장에 앉아 있던 심 의원은 오후 7시 20분부터 시작된 ‘한미FTA’를 주제로 한 생방송 KBS열린토론 참석을 위해 권영길 원내대표의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떴다. 이 날 방송에는 심 의원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변재일 통합신당모임 의원, 신중식 민주당 의원 등 5명이 출연했다. 국민연금법 수정안 찬성 의원은 심 의원과 윤 의원 등 2명이었고, 반대 의원은 송 의원과 변 의원, 신 의원 등 3명이었다. 5명 의원들은 방송 출연 여부를 두고 출연자들끼리 상의까지 했으나, 결국 방송 출연 쪽으로 결론을 냈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모두 투표에 참석해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더라도 수정안이 통과됐을지는 미지수이다. 참석 의원 수만큼 재석 의원 수가 늘어나고, 그 비율만큼 찬성 과반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은 5표 차이로 부결됐지만, 이들이 모두 참석해서 찬성표를 던졌다 해도 재석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과반수 미달이었다. 이날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찬성표가 최소 9표 이상 더 나왔어야 했다. 이들 의원들에게 전적으로 수정안 부결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 파동과 더불어 민주노동당과 연대한 한나라당이 불참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민주노동당의 불참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모인 셈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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