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련업계의 75%가 한미FTA 협상에 대해 우려하거나 반대했는데도 문화관광부가 이를 무시한 채 협상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협상 결과 업계의 우려와 반대 이유는 현실화됐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이 문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계 등 민간단체들은 한미FTA와 관련해 모두 73건의 의견서를 접수했다. 천 의원이 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비교적 찬반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한 곳이 57곳이었고, 이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43곳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문화분야 업계와 단체 대부분이 한미FTA에 반대 의견을 밝힌 셈이다.

미디어분야에서 (주)연합뉴스는 연간 70억원 규모의 전재료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대했고 민영통신사인 (주)뉴시시도 국내 뉴스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중시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잡지협회도 문화고유성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문화예술분야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 정동극장, 대구시민회관, 예술경영지원센터, 국립중앙극장,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 의견은 예술의전당, 한국무용협회, 한국음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정도에 불과했다.

관광분야에서는 한국카지노관광협회, 관광통역안내사협회 등이 반대했고 일반여행업협회, 관광호텔업협회 등이 찬성했다.

저작권분야에서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방송협회, 영화진흥위, LG텔레콤, SK텔레콤, 방송위원회, 대한출판문화협회, 인터넷기업협회 등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업계 대다수가 반대했다. 반면 음원제작자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 문화방송 등 컨텐츠를 생산하는 업계에서는 대체로 찬성했다.

천 의원은 12일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나 정기간행물, 지적재산권 분야는 미국의 의견을 많은 부분 수용했으며 특히 정부가 성과라고 주장하는 디지털 시청각 콘텐츠와 도박서비스 분야는 미국 측도 적극적이지 않은 분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협상 결과 설명을 위해 의원실을 방문한 문광부 직원이 보좌진에게 “저작권 쪽은 상당히 힘들었는데 밖에서 분신한 덕에 미국이 양보했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어떻게 사람이 분신하고 미국측이 양보를 했다고 하는데도 협상 결과가 이렇냐”며 협상은 총체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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