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4월말 입법예고, 6월말 국회제출을 전제로 노사정TF 구성을 제안했지만 경영계가 참여 거부로 특고입법 ‘힘 빼기’에 나서는 등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하지만 이미 국회에는 3개의 의원안이 상정돼있고 정부안 제출도 앞두고 있으니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한 시기로 이들은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앞으로 모두 3회에 걸쳐 특수고용직 입법과 관련한 논의를 살펴봤다.         편집자


1. 5년간 논의, 이젠 결실내자
2. 팽팽하게 맞선 노사정 입장
3. 특수고용직 입법방향, 이렇게 하자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특수고용직 입법안을 그 해 12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그 뒤 차일피일 미뤄오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달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양대노총을 만나 4월말 입법예고, 6월말 국회제출을 전제로 노사정TF 구성을 제안하면서 ‘물꼬’가 트이는 듯도 했다. 특수고용직 당사자 조직이 포진해있는 민주노총이 진통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대노총이 수락하니 이번엔 경영계가 “참가 못 한다”며 드러누워 버렸다. 그 사이에서 정부는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 현주소다.

정부 입법안 어디까지 와있나

지난해 10월 이상수 장관이 그 해 12월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은 노동자도 자영자도 아닌 중간형태의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한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약속 시기를 지키지 못했다. 그 뒤 1월말이라고 했다가, 다시 2월말이라고 번번히 늦춰오다 최근 4월말 입법예고를 약속한 상황이다.

그림은 그 뒤 더 구체화됐다. ‘유사근로자’란 명칭은 일각에서 “우리가 유사품이냐”는 항의로 ‘준근로자’로 변경됐지만 입법방향은 제3직군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노동법 학자 8명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 기초위원회’(기초위)를 구성,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기초위는 최근 최종 내용을 노동부에 제출했으며 현재 조문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상자기사1 참조>

그에 앞서 그동안 이 장관은 준근로자 개념을 도입해서 노조가 아닌 단체를 결성하고 교섭할 수 있는 ‘단체2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형식의 입법화를 말해왔다. 또 골프장경기보조원(캐디)은 사실상 노동자에 가깝다고 보고 노동자로 ‘간주’해 노조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고 근기법 적용을 받는 ‘간주근로자’ 규정을 두겠다고 밝혀왔다. 간주근로자는 ‘판단위원회’를 두어서 △작업 시간·장소·내용을 사업주가 결정하는지 △특정사업주의 직·간접적 작업지시명령을 받고 있는지 등 두 가지 요건을 갖추면 노동자로 간주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위안은 이와 같은 방향이지만 표현은 더 보수적이다. 기초위안에서는 준근로자 개념도 쓰지 않고 제3영역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두고 ‘노동법적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보호가 필요한 자’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잠자는 3개 의원입법안
 
이에 앞서 국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특수고용직 보호법안이 3개나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들 의원입법안도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상자기사2 참조>

최초 제출된 법안은 2004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의 근기법·노조법 개정안. 이를 통해 단병호 의원은 특수고용직도 근기법상 근로자임을 강조했으나 지난해 11월 노조법 개정안(수정)으로 노조법상 노동3권 보장에 무게중심으로 이동했다.

노조법 개정안에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도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에 노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생활하는 자”를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조성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특수고용직에게 노동2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보험설계사 등 기존의 4개 직군으로 우선 특수고용직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해당 여부를 가리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노조법상 노동2권을 인정하되 노조란 명칭을 쓰지 않고 ‘직업별조합’을 인정하고, 부당계약금지, 산재보험적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조성래 의원안이 현재 정부가 준비하는 안과 가장 가깝다.

다음은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안. 우 의원은 지난 2월13일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해 특수고용직이 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사용자라고 사용자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수고용직은 노조법에 따라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계의 압박과 경영계의 버티기

하지만 이 같은 입법안들은 국회에서 전혀 빛을 못보고 있다. 지난 2월까지 3개 법안이 모두 제출된 상황에서 정부는 정부안이 조만간 나오니 상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

하지만 정부안은 현재 언제 입법예고가 될지 난망하기만 하다. 경영계의 참여 거부로 노사정TF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양대노총에 노사정TF 구성을 제안한 것은 지난달. 처음 민주노총은 이 제안을 선뜻 받지 못했으나 노동부의 4월말 입법예고, 6월말 국회제출이란 일정이 제시되면서 내부 논란 끝에 받아들였다. 자칫 노사정TF가 입법지연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노동부가 노사정TF 구성을 제안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영계가 노동법적 보호입법을 반대하고 있고 재경부·건교부·공정위 등 경제부처의 견제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안으로 확정되는 것 자체가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정TF를 거친 ‘노사정 합의’는 추후 정부안 확정과 국회 통과까지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우려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영계가 “못 한다”며 드러누워 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TF 참여를 결정한 지난달 26일, 경총은 “불참”을 통고했다.

이후 지난 9일 경제5단체는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들은 노사정TF 추진에 대해 “정부가 노동계 압력에 밀려 TF 구성을 통해 보호법률 제정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노사갈등은 물론 기업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는 그만큼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해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경영계를 적극 설득하겠다”는 입장 이외의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당초 4월까지 논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이때까지 경영계를 적극 설득할 것”이라며 “노사정TF를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경영계와 협의채널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구조 속 입법가능 시나리오

이 같은 복잡한 노사정 구도 속에서 노동계에서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계가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TF 구성이 어렵다면 정부는 보다 의지를 갖고 조속히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은 대선과 개헌, 한미FTA 비준 등 복잡한 정치구조 속에서 6월을 넘기면 입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 이에 6월 국회에서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본지 11일자 참조>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이 가능한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먼저 국회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미 3개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정부의 상정지연 요청으로 그동안 잠자고 있었으나 정부안이 ‘미적거리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먼저 3개 입법안을 상정해 논의에 붙이자는 것이다. 국회의 적극성이 역으로 정부안의 제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정부안을 내놓는 것이다. 경영계가 시간 끌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부담은 되겠지만 정부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현재 경영계의 TF 불참으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며 “하지만 수년간 지속돼온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정부안을 조속히 국회에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직 입법 해법은 무엇인가

기다리다 지친 노동계가 본격적인 투쟁의 닻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6월내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국회통과를 목표로 입법투쟁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6월에는 화물, 덤프 등을 주력으로 한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도 준비한다.

한국노총도 여성노조,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정부와 국회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우원식 의원안 작업시 함께 도운 바 있으며 이번에 국회의원 면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TF에 들어갈 마음이 없어 보인다. 경총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발표한 경제법적 보호방안으로도 충분하다”며 “이미 법원에서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정부는 무슨 보호법안을 만들려고 하냐”면서, TF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후 일정은 4월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4월까지 최대한 노사정 협의에 마련에 힘쓰고 이후 관계부처 협의와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을 거쳐 정부안 확정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만만치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난 수년간 사회정책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던 특수고용직들의 불이익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일정대로라면 입법예고에서 정부안 제출까지 120~130일 정도 걸린다고 볼 때 조속한 법안 제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정부는 이미 수년전부터 특수고용직의 노동법적 보호입법을 약속해왔던 만큼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며 “지금 입법이 되지 못하면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입법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이번 기회를 상실한다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자기사1>기초위원회 논의는 어떻게 이뤄져왔나
학자들간 입장차 다양…노동계 “기초위안 노동법 배제” 우려
지난해 11월 노동법 학자 8명으로 구성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안 기초위원회’(기초위)는 지난 4개월여 동안의 논의를 마무리 짓고 사실상 최종안을 노동부에 넘겼다.
 

기초위안은 그동안 이상수 장관이 밝혀온 입법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초위안에서는 ‘준근로자’ 개념이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두고 ‘노동법적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보호가 필요한 자’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기초위안은 기존에 노동법 적용을 받아왔던 특수고용직마저 비노동법 적용대상이란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정부안이 특수고용직을 보호한다면 오히려 특수고용직을 노동법적 보호대상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며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당초 노동부는 희망대로 노사정TF가 구성됐다면 이달 20일께 기초위안을 공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사정TF 구성이 난항을 빚자 기초위안 공개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 돼버렸다.
 

하지만 기초위안이 마련되긴 했지만 학자들간 의견차는 다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위원 중 입장이 알려진 이는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 그는 지난달 30일 인권위 토론회에서 “근로자냐 자영자냐를 따지는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노동력을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라면 자기 노동조건을 정할 수 있는 집단적 교섭권을 주면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즉 개별법적 보호방안은 특별법으로 규율을 하지만 집단관계는 노조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또 일부 학자는 집단법적 논의는 복잡하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개별법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밖에도 노조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제3영역의 중간형태를 인정하는 특별법 등 다양한 의견이 제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핵심적 내용이 잘 알려져서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내용은 없다”며 “다만 기초위 보고서에서는 ‘이런 의견이 병행적으로 검토됐다’는 식으로 기술키로 해 논란이 있었던 점을 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자기사2> “6월 국회선 논의돼야”
대선 국면 속 특수고용직 이슈 눈치보기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둘러싸고 국회도 고민에 빠졌다.
 

이미 국회의원 입법안이 3개나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뭐하고 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3개 법안을 상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는 것도 솔직한 고민이다.
 

특히 노동계의 입법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마냥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일단 이미 입법안을 냈던 의원들은 조속한 입법화에 동의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부안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요청으로 논의가 지연돼왔으나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실 한 관계자는 “입법구조상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는 속에서 상임위에서 안건으로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법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법안소위에서 강력히 제기하는 등 조속한 입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성래 의원의 경우 적어도 6월 국회에서 입법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부안이 늦어지면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6월 국회에서 이미 제출된 의원입법안이 상정돼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이 ‘마지노선’이란 주장이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법대로 법안 상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의원실 한 관계자는 “최소 4월 국회에서 상정돼 논의되도록 법안 상정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정부안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국회법대로 법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간사회의에서 협의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는 입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없지만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국면에서 노동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얼마 전 노동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노동계를 의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일도 의원실은 특수고용직 입법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문제가 올해 가장 큰 현안”이라며 “우리도 조만간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정부안 제출을 독촉하는 등 올해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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