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6개 업종에 한정된 파견허용업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노동부는 11일 현재 시행령 초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조만간 노·사의 의견 수렴을 거쳐 빠르면 19일쯤 기간제법과 파견법,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11일 노·사·정 관계자들로부터 각각 취합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파견 대상 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파견업종 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의 파업허용업종 26개는 통계청 표준직업분류표에 따르면 중분류나 소분류, 세분류, 세세분류까지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련하는 정부안은 이를 재정리해서 중분류 단위에서 허용업종을 지정하되 파견법으로 금지한 업종이 중분류의 세분류나 세세분류 안에 포함될 경우 이 업종만 제외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정부안은 중분류만으로 계산하면 12개 업종에 불과하지만 소분류로 계산하면 52개 업종에 이른다. <표>

특히 새로 확대되는 파견허용 업종에 간호사나 초·중·고 보조교사, 대학 조교, 항공기 조종사 등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직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대금수납이나 금전출납 업무 종사자나 안내원, 기획·홍보직 사무원과 정부행정 사무원 등 파견직을 쓸 수 있게 된다.

이는 노동부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된 것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어 주목된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은 특정한 업종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따르고 있지만, 노동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대로 업종 분류를 중분류로 삼을 경우 사실상 ‘네가티브 리스트’와 별 반 차이가 없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파견 금지업종만 명시하는 ‘네가티브 리스트’를 따르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을 만들었다”고 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현행법과 같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따르는 쪽으로 수정, 처리됐다. 2005년 노·사·정 교섭 과정과정에서도 26개 업종의 현행 틀을 유지하되 불합리한 업종만 일부 손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법 개정 이후에도 노동부는 ‘네가티브 리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노동부장관 등은 각종 연설이나 언론과의 접촉 과정에서 파견업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노동부는 시행령을 입안하면서 국회 입법 취지와 노·사·정 교섭 결과를 뒤집고 파견허용업종을 대폭 늘리는 사실상의 ‘네가티브 리스트’ 방식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노동계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실제 파견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업종을 가려내는 정도에서 조정하자는 입장”이라며 “파견업종 대폭 확대에 반대하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부처협의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파견허용업종이 사실상 100개가 넘을 것이라는 말도 있더라”며 “그렇게 하면 말만 포지티브이지 네가티브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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