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년간 논의, 이젠 결실내자
2. 팽팽하게 맞선 노사정 입장
3. 특수고용직 입법방향, 이렇게 하자
지난 수년간 기다려온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가 아직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들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신설한다는 노동법적 보호입법 논의가 나온 이래 끊임없이 정부의 입법방향이 후퇴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나마 참여정부 하에서 입법하지 못하면 차기정권 하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도 않을뿐더러 다시 수년 동안 특고종사자들은 사회정책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들의 한숨 “우리도 노동자”
“퀵서비스 사업주는 우천시 결근하면 하루 3만원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또 3일간 무단결근할 때는 이유불문 퇴사시킵니다. 이 같은 노비문서와 같은 근로계약서를 맺고 있는데도 사용종속성이 떨어진다고요? 법원에서도 2차례 퀵서비스종사자가 노동자라는 판결도 있었습니다.”(퀵서비스노조 위원장)
“골프 쳐본 사람들은 압니다. 골프장경기보조원(캐디)의 출퇴근 시간을 말입니다. 배차시간에 따라 근무시간이 정해지는 버스기사도 근로자인데 캐디와 다른 점이 뭐란 말입니까. 근로소득세요? 우리도 내고 싶은데 안 걷어가서 못 내는 것뿐입니다.”(88CC분회 조합원)
“전 87년부터 레미콘을 받았어요. 수입이 많아서 독립한 것은 아닙니다. 물량이 감소해서 5~6년 된 차를 우리한테 준 거죠. 받지 않으면 그만 두라고 해서 받은 겁니다. 퇴직금 내고 받은 거죠. 레미콘 노동자들이 복귀시간을 자의적으로 쓴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GPS로 차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압니다. 우리들은 늘 감시당하고 있죠.”(레미콘 조합원)
“89년부터 대형트레일러를 모는 ㅅ기업에 입사했어요. 3년 정도 근무하던 어느 날 배차과장이 절 부르더니 이 차를 받으면 수입도 낫다, 퇴직금이랑 합치면 이 차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도장을 찍었는데요. 그 뒤에 정규직이 대거 구조조정 당했지요. 차 가격이 1억3천360만원입니다. 한 달에 270만원씩 할부로 들어가고 있어요.”(화물연대 조합원)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
특수고용직들은 한숨 속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위한 노사정TF를 제안하면서 입법논의가 시작되는가 싶었으나 현재 경영계의 참여 거부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최근 특수고용직대책회의를 통해 4월 국회서 (계류된) 법안이 논의되도록 하고 6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투쟁계획을 상정하고 있다. 물론 투쟁에는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이 선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노사정TF 구성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노사정TF 참여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칫 입법지연이라는 발목이 잡힐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경영계가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노사정TF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현숙 특고대표자회의 부대표의 말이다.<인터뷰기사 참조> 이러한 얘기는 특수고용직노조의 전반적인 정서다.
“지난달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간병인도 노동자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일하고 있고 병원이란 작업장도 분명한데 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위해 저희 역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유일한 간병인 노조인 서울대병원간병인분회 정금자 분회장은 파업이 쉽지 않은 어려운 와중에서도 최대한 할 수 있는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노조 “갈라치기는 안 된다”
정부안 방향에 대해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특수고용직을 직군별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특수고용직 입법투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숙 부대표는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특수고용직 논의돼온 것을 보면 준근로자에서 유사근로자로, 그리고 또 준근로자로 이야기하면서, 일부는 노동자로 인정되지만 나머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지금도 부분적으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입법논의 속에서 선발주자(보험설계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와 후발주자(화물, 덤프, 기타 직군)간 갈라치기도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보호제도의 틀도 직군별로 일부는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대다수는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분리해오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고용형태가 느슨하다고 여기는 일부 직군의 경우 열심히 싸워도 종국에는 노동자로 인정 못 받을 것을 우려하는 정서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가 ‘노동자로 간주’하겠다는 골프장경기보조원의 경우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여성노조 88CC분회 김은숙 부분회장은 “정부는 캐디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입법방향을 밝히고 있어 우리로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전체가 함께 해왔던 특수고용직 투쟁이 단체 2권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우린 정부안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6월 총력투쟁
민주노총은 오는 22일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특수고용직 입법투쟁에 나선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말하는 노조법 적용을 배제한 채 단체2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형식의 방향은 일련의 입법논의의 일관성이 없다”며 “이미 3개의 의원입법안이 상정돼있는 상태에서 총연맹과 각 산별연맹, 특수고용직노조는 여러 형태의 대국회 압박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정부와 국회가 입법의지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노동3권 보장을 위한 4~6월 강력한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직접 환경노동위 위원들을 찾아가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등에 나서기도 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특수고용직노조들도 각 단위에 맞는 투쟁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특고대표자회의로 조직화된 단위는 보험설계사, 레미콘, 화물, 덤프, 애니메이션,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간병인, 골프장경기보조원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동력은 1만2천 조직의 화물과 1만4천 조직의 덤프, 800 조직의 레미콘. 결국 이 단위들이 움직여야 특수고용직 입법투쟁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오랫동안 특수고용직 투쟁을 해온 단위들도 6월 총력투쟁에 적극적인 결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투쟁 병행
현재 관건은 화물연대. 가장 위력적인 조직력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화물연대가 이번 특수고용직 입법투쟁에서 파업 돌입 여부 등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화물연대는 9일 임원선거가 갓 끝난 상태로 당선확정공고가 되는 오는 15일 이후에야 특수고용직 투쟁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그동안 ‘노동3권 보장’이란 기존 입장을 갖고 온 상태에서 4월말5월초께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 투쟁계획을 결정한다. 현재로선 총파업 돌입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예년과 같은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심상진 화물연대 사무국장은 “사실 6월을 넘기면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이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파업에 이어 현재 2단계 투쟁계획도 마련된 상태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투쟁 시기와 방법, 강도, 기간 등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현재 국회 건설교통위에 계류돼있는 표준요율제와 주선료상한제를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역시 표류하고 있다며 “노동기본권과 운수사업법 투쟁을 결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덤프연대는 이미 조합원의 투쟁결의를 모은 상태다. 김금철 덤프연대 의장은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투쟁을 결의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이를 확인했다”며 “이미 5~6년 동안 특수고용직 투쟁이 진행됐고 이미 의원입법도 발의된 상태고 정부도 입법을 준비 중이니 상반기 투쟁에 올인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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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