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미FTA 협상 결과를 홍보하면서 협상을 통한 ‘소득’이라고 보기 힘든 결과물들까지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하는 등 협상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뒤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한미FTA를 성공적 협상으로 포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국정브리핑’은 협상 타결 직후인 지난 4일 각 홈페이지에 ‘한눈에 보는 한미FTA 대차대조표’를 올렸다. 청와대는 상품과 농수산업, 자동차, 섬유, 원산지·통관, 의약품, 무역구제, 금융, 기술장벽, 위생검역, 투자, 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경쟁,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분쟁해결 등 19개 분야별로 ‘우리가 얻은 것’와 ‘미국이 얻는 것’을 표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표만 보면 ‘우리가 얻는 것’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 ‘대차대조표’는 ‘미국측이 먼저 제안하고 우리가 반대하다가 나중에 수용한 것’과 ‘미국과 우리가 동일하게 제안한 것’까지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압박에 우리쪽이 밀리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까지도 성과라고 해석한 셈이다.

9일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가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한 노동분야의 ‘공중의견 제출제도’는 미국이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우리쪽은 ‘수용 불가’를 고수하다가 결국 ‘수용’으로 돌아선 대표적인 제도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2차 협상 이후 국회에 보고 자료에서 “한국은 이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한 번도 도입한 적이 없고, 운영과정에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현단계에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 제시”라고 적었다. 3차 협상 후의 노동부 보고서도 “새로운 제도이고 도입시 행정적·경제적 부담을 과다하게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수용이 어렵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자 청와대는 이 제도 도입을 ‘성과’로 분류했다.

청와대는 투자분야에서 ‘투자자-국가제소권’(ISD)도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했다. 청와대는 “ISD 간접수용 판정기준 명확화 -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등 정부정책 배제”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이미 미국이 세계 각국과의 FTA 협상에서 항상 제안하는 ‘모델’과 똑같다. 미국은 2004년 양자간투자협정(BIT2004) 모델 문안에서 “보건, 안전, 환경 등 공공복리 목적의 비차별적 조치는 ‘드믄 상황이 아닌 한’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같은 미국의 기본적 요구(BIT2004)를 그대로 수용했으면서 마치 우리가 협상력을 발휘해서 부동산 등 정부정책을 ISD 간접수용 대상에서 배제시킨 것처럼 포장한 셈이다.

우 의원은 이날 “미국의 기본적 제안조차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한다면 협상을 통해 진정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며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청와대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그 사실 자체가 문제이고, 알고도 그렇게 분류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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