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추가진정에 대한 정부 입장’(이하 답변서)를 보면 한국정부가 국제사회 압력에 정면으로 대응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ILO가 한국정부에 보낸 권고문에 첨부된 한국정부의 답변은 제소 내용에 대한 반박과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답변서에는 ILO 기준에 대한 공세적인 질문과 ‘근거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별로 살펴보자.


“정치적 이유로 폭력 행사”

답변서 “노동계가 개최하는 집회의 많은 경우 시가를 불법 점거하여 많은 시민들의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주도한 각종 시위의 폭력 장면 사진을 함께 실었다.

답변서에는 지난해 11월22일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FTA 협상저지 시위대가 전국 7곳의 시청·도청을 습격했다고 썼으며, 강원도청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 사진을 넣었다.

또한 답변서에는 지난해 말 비정규직 보호법안 의결에 항의해 “민주노총 조합원 3천여명이 국회에 무력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죽봉 등으로 공격했다”고 적었다. 또한 지난해 말, “화물연대는 전국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운송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주행 중인 화물차에 투석, 차량파손(89대), 화염병 투척 등 방화(17대) 행위를 했다”고 쓰고 있다.

답변서는 “이들이 총파업시 정부에 요구한 사안 대부분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주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동 입법들은 정부가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답변서에는 “일부 총파업의 경우 이라크 파병 철회, 신자유주의 분쇄, FTA 협상 저지 등 조합원들의 사회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정치적 이슈이거나 모호한 사안들이 대정부 주요 요구가 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 이전 반대, APEC 정상회의 반대 등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적극 가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답변서에는 지난 2005년 11월 ‘APEC 정상회의 반대 폭력 시위’, 지난해 4월 ‘미군기지 이전반대 폭력 시위’ 사진을 함께 실었다.

답변서에는 “로드맵 논의, 공무원노조법 등의 경우도 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부장하나, 이들 스스로 대화참여를 거부하거나 무리한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면서 “사회적 대화 탈퇴 또는 정부비난 등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에서는 민주노총과 관련된 이같은 충돌과 갈등을 평화적, 합법적 노조활동에 대한 억압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이들의 정치투쟁적,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투적 노동운동, 외국에선 이해 못해”

또한 보고서는 “한국에서 민주노총이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6%에도 못 미치지만, 큰 대기업과 공공부문 위주로 조직되어 힘과 사회적 책임은 매우 크다”면서 “근로조건이 월등한 이들 일부 노조의 연례적인 파업행태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들의 부패문제와 결부되어 사회적 지탄과 내부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귀족 노동자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는 “민주노총 주력 사업장인 H사”의 사례를 들며 “87년 노조 설립 이후 94년을 제외하고 매년 연속파업을 기록했고, 이들의 평균 임금은 동 회사 미국 현지공장 근로자 임금보다 높고, 한국에서 최상급 수준”이라면서 “이들의 투쟁은 사용자로부터 임금 전액을 지급받으면서 투쟁에 몰두하는 수많은 노조간부들에 의해 주도되며, 파업시 사업장 출입 전면봉쇄, 파업 비참여자 및 관리자에 대한 위협과 폭행이 흔히 수반된다”고 썼다.

보고서는 2002년 효성, 2004년 10월 GS 칼텍스, 같은해 4월 현대중공업, 지난해 대림산업과 코오롱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을 들어 “과격한 노동운동에 대한 주변의 시각을 대변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편 답변서에는 평택 미군기지 시위, 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및 시위, APEC 정상회담 반대시위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 기사와 함께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등이 산하 조직에 내린 집회 참여 지침을 첨부했다.


 
 
 
 
 
 
 
 
 
 

“전공노 사무실은 불법의 온상”

한국 정부는 “전공노의 불법 점거 사무실 폐쇄 등 한국정부의 조치는 이들의 각종 불법행위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전공노의 경우 공무원노조법 시행 이전부터 불법파업, 불법 정치활동을 계속해 왔으며, 법 시행으로 노조 활동이 허용됐지만 법에 따른 노조활동 거부를 지침으로 확정하고 지속적인 불법투쟁에 몰입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공공청사를 불법활동의 온상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답변서는 “지자체장은 사무실 사용자에 대해 일정한 시한을 두고 퇴거를 명할 수 있고, 강제조치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말, 경남본부 사무실 강제폐쇄, 9월 중에 벌어진 100여개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폐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은 가운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률팀장의 해석은 달랐다. “행자부가 행·재정적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전국의 사무실을 폐쇄시켰다. 그 사무실들은 직장협의회 시절부터 지자체 단체장과의 합의, 최소한 묵인아래 사용해온 사무실이다. 단체장과 노조 사이에 합의를 행자부가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다.”

답변서는 지난해 3월 “ILO가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은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확인해 왔다”면서 “전공노 사안과 관련된 판단에 앞서 왜 전공노 공무원들이 파업권이 제한되지 않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들에 해당되지 않는지 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노동 3권이 인정되는 ‘일반 정부 고용인’과 ‘공무원법에 적용을 받는 직업공무원’을 구분하며, 직업 공무원이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직업 공무원 즉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등에 대한 파업권 제약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주천 법률팀장은 “굳이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라는 표현을 ILO가 쓰고 있는 것은, 핵심적이고 정책적인 판단(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 일반 공무원을 구분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개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 3권을 제약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가 “파업권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고, 각종 불법집단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헌법상 정치적 중립 원칙과 각종 법을 위반, 조직적인 불법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간부 ‘공갈죄’ 맞다”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해 ‘공갈 및 금품갈취’로 구속한 것에 대해 한국정부는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들에 대해 위원회가 정부에 그 같은(깊은 유감 및 간부들에 대한 피해보상) 요청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과 사법부 및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법부가 판단내릴 일이니, ILO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답변서에는 대전충청 건설노조, 천안아산 건설노조, 경기서부 건설노조가 ‘유죄’인 이유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답변서는 “한국정부는 건설노조의 활동을 재정적으로나, 사업주와의 단체협상에서 지원해 왔고, 노조 결성을 저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들이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이들의 행위목적, 단협체결의 경위, 행태와 수단 등 제반 정황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일상적인 단체교섭으로 보기 어렵고, 금품 갈취 목적의 위협에 해당된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답변서는 구속된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금품 갈취가 용의한 다수의 아파트 건설공사장들만을 대상으로 소액의 금품을 각각 갈취했다”면서 “조합원 명부 제출요구에 불응하며 ‘조합원이 없어도 상관없으니 단협만 체결하고, 활동비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답변서는 “이들은 금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들에 대해서만 일괄적으로 고발하거나, 심지어 허위고발도 서슴치 않았다”면서 “현장출입 저지, 관리자들에게 욕설 등 부당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부 답변서에 대해 건설노조 쪽은 발끈하고 나섰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노동부가 사법부보다 더 노동자에게 더 적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제노동기구에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라면서 “답변서 속에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과 왜곡 비방하는 내용도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부장은 “노조활동은 공갈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 “21세기 한국정부의 입장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건설연맹은 정부 답변서 속의 사실 왜곡 부분에 대한 반박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 반발 거셀 듯

한편 답변서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원 금지’ 문제와 관련 “정부는 2007년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 추진했으나 노동계에서는 전임자 임금 지원 금지에 대한 부담을 가지게 되고, 경영계 또한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부담을 가지게 됨에 따라 두 이슈의 시행을 연기키로 노사간 합의를 했다”면서 “정부 또한 노사간 합의를 존중하여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말하는 '불가피함'을 '존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오는 6월로 예상되는 ILO 권고이전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 사인은 ‘교통사고’?
하중근 사인은 ‘폭력 행사’?
답변서에는 2005년 6월 한국노총 충북지부장이었던 고 김태환씨의 사망사건과 관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 김태환씨는 지난 2005년 6월 충주 사조레미콘 공장에서 사쪽의 대체투입 차량의 진입을 막아섰다가 차에 치어 변을 당했다. 당시 한국노총은 당시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퇴진투쟁을 불사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고 김태환 열사기념사업회’가 설립되는 등 고 김씨는 한국노총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교통사고” 표현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답변서는 “김태환씨의 사망사건은 안타까운 일이나, 동 사건은 망자가 파업중인 회사의 물품반출 차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동 차량에 치어 사망하게 된 교통사고”이면서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이로 인해 사법처리 됨”이라고 썼다.
 

이같은 정부의 표현에 대해 한국노총은 “정부가 당시 사고를 교통사고로 보는 것은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익구 한국노총 대변인은 “당시 사건은 김태환 지부장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하던 중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면서 “현장에 많은 경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계속 진행시킨 것을 봐도,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대변인은 “정부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며, (교통사고라고 한 부분을) 수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정부는 ICFTU가 포항 건설노동자 고 하중근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지적한 것에 대해 “하중근씨의 사망은 당일 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강제점거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민주노총 건설연맹이 주관한 과격 폭력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당일(2006년 7월 16일, 하중근씨 피격 당일) 과격 폭력시위 역시, 계획적으로 조직되었다”면서 “노조원들은 집회를 마치는 순간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을 공격했으며, 이날 폭력시위 현장에서 이들의 쇠파이프만 2500여개가 수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7월16일, 하중근씨가 ‘둥글고 무거운 물체’에 머리를 맞아 변을 당할 때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관련 기사 등을 보면, 경찰이 시위대를 덮칠 당시에 시위대는 비무장이었다.
 

민주노총이 일관되게 “하중근씨의 죽음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사법살인”이라고 주장한 만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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