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 산하 부설기관으로 편입될 예정인 한국국제노동재단(이사장 박인상)에서 비정규직 계약해지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8일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와 재단에 따르면 외국국적동포(중국) 취업교육을 담당하던 계약직 직원 17명은 오는 7월1일부터 산업인력공단으로 사업이 이관됨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산업인력공단은 재단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 공공서비스노조 노사발전재단분회= 국제노동재단에서 취업교육을 담당하던 비정규직 17명은 지난달 23일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노사발전재단분회)에 가입했다. 노조는 오는 11일 오후 2시에 단체교섭을 갖자고 재단에 통보한 상태다. 우소라 분회장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국제노동재단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달 전 재단은 우리 팀 업무가 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됐다며 해지통보를 해왔다”며 “그렇지만 해지통보 이후에 재고용이나 고용승계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재단은 지난 3월에 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7명)은 6월30일까지, 11월에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10명)은 계약만료일까지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고용승계를 위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재단 임원들이 산업인력공단 고위 임원을 만나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공단 쪽은 “취업교육의 경우 시간강사를 주로 활용하는데다, 기존 4개국 취업교육을 담당하는 인력들의 업무공백이 있기 때문에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국제노동재단을 태국과 중국의 이주노동자 취업교육기관으로 정했고, 산업인력공단과 재단이 함께 맡았던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을 산업인력공단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기존의 베트남·몽골에다, 태국·중국 등 4개국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을 맡게 됐지만,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사업을 공단으로 이관하게 됐다.

◇ 중기중앙회로 인한 ‘인력밀어내기’= 거슬러 올라가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에 뛰어들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고용허가제 일원화 방안에 따라 중기중앙회는 산업인력공단이 맡고 있던 3개국(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을 넘겨받았다. 공단은 또 태국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을 국제노동재단에 이관했다. 공단에서 4개국의 취업교육을 담당하던 직원들의 업무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공단은 국제노동재단이 담당하던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을 가져갔고, 재단 담당직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산업연수생제 폐지로 직원들의 업무공백이 발생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에 뛰어들면서, ‘인력밀어내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노동재단이 담당할 예정인 중국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의 경우 중국 내부문제로 양국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양해각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중국 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입국할 수 없게 된다. 배수남 재단 기획홍보부장은 “양해각서만 체결되면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을 담당하던 일부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당장 양해각서가 체결되더라도, 한글시험을 비롯한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10월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오는 10일 한국을 방문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양해각서 체결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재단, “해법 찾겠다”= 공공서비스노조와 국제노동재단은 오는 11일 교섭을 가질 예정이다. 국제노동재단은 노조 쪽에서 교섭요청을 해온 만큼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 직원들의 계약해지 우려가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재단 쪽에서 독자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재단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오는 5월 중순에 개소할 예정인 의정부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와 중국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에서 일부 직원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정부센터의 경우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인 만큼 공단이 정한 공채절차와 까다로운 인력편제 기준을 지켜야 한다. 현재 센터 직원 15명 중 9명의 채용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은 중국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중국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제약요건을 가지고 있다. 국제노동재단이 노사발전재단의 부설기관인 국제노동협력원으로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노사발전재단으로의 고용승계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노사발전재단의 채용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데다, 공공서비스노조 노사발전재단분회 조합원들의 사회경력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을 넘겨받은 산업인력공단이 해당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 정부가 오는 5월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기로 한 만큼 국가정책인 이주노동자 취업교육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정규직화에 대한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 사업 이관결정이 난 후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해당 직원들 입장에서는 생존권의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9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