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은 보고서를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민주노총이 '전국공무원노조와 건설노동자 탄압'에 대해 ILO에 제소한 것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매일노동뉴스>가 단독 입수했다. ▶관련기사 12~15면
 

지난 1월 노동부에서 작성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추가진정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오는 6월로 예상되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에 앞서, 정부 쪽의 제소에 대한 소명을 담은 것이다.

이 답변서에는 민주노총의 폭력 시위 사진, 건설노동자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과 싸우는 사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 당시 군인들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을 함께 실었다. 또한 이 답변서는 △건설 노동자 고 하중근씨의 사망과 관련 “과격 폭력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표현했으며 △한국노총 충북지부장이었던 고 김태환씨의 사망사건의 경우는 “차량에 치어 사망하게 된 교통사고”라고 보고했고 △현대중공업, 코오롱 노조 등이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과 관련 “한국의 일부 과격한 노동운동에 대한 주변의 시각을 대변하는 사례”라고 표현했다. 이는 노동계의 시각과 상반된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민주노총의 주력 사업장인 H사"의 사례를 들며, "만성화된 파업에 대한 지역사회 비판 고조",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급 받으며 투쟁의 몰두", "위협과 폭행 등이 흔히 수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제자유노련, OECD 노조자문위원회, 국제산별노련 보고서에 대응해 낸 반박보고서에서 “일부 노동계의 죽음에 이르는 파업 전략”(Strike to Death Strategy in some Labor Circle) 등의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은 “우리를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폭력 단체로 왜곡, 선동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었다. 당시 반박문에서도 정부는 시위대가 군인·경찰과 충돌하는 장면을 첨부했었다.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은 문서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ILO에 제출 된 것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국공무원노조, 건설산업연맹 등 제소에 핵심 당사자들은, “한국 정부의 답변을 보면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답변서는 지난해 3월 ILO가 한국정부에 권고한 내용에 대해 강한 톤으로 반박하며 △공무원노조 노조 사무실 폐쇄는 각종 불법행위에 따른 조치이며 △건설노동자들이 공갈 및 금품갈취로 구속된 것은 사회통념상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3년간 유예된 것과 관련, 한국정부는 “정부는 올해부터 시행할 의지가 있었으나, 노사간의 합의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부의 주장은 노동계와 한국정부가 오랜 기간 논쟁해온 것이다. 한국정부에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노동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ILO, 노동권 개선 권고만 '13번'
"한국정부 입장, 달라진 것 없어"
이번에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한국정부의 답변서는 지난해 9월 민주노총이 공무원노조 탄압, 건설노동자 탄압 및 노조 간부에 대한 ‘공갈죄’ 적용 문제로 ILO에 제소한 것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다.
 

지난해 4월 민주노총이 ‘행정자치부의 노조탈퇴 지침’ 등을 ILO에 추가 제소하려 했을 때, ILO 측은 ‘직접 개입’을 언급해 추가 제소를 잠시 미루었지만, 8월 말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실이 강제폐쇄 된 사건을 계기로 ILO 아태총회 현장에서 제소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답변은 당시 이뤄진 추가 제소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이다.
 

또한 답변서에는 지난해 3월 ILO가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파업권 보장 및 단결권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강도 높은 권고를 한 것에 대한 한국정부의 반박문이 담겨있다.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가 1993년 3월을 시작으로 한국정부에 권고문을 보낸 것은 무려 13번이다. 첫 제소는 지난 19991년 한국정부가 ILO에 가입한 이후, 1992년 3월, 권영길, 단병호 의원이 당시 공동대표로 있던 ‘ILO 공대위’는 한국정부를 ILO에 제소했던 것이다. 당시 제소는 복수노조 금지와 공무원 및 교원의 단결권 금지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오는 6월 ILO는 이번 정부 답변을 검토한 이후 14번째 제소문을 한국정부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10여차례의 권고와 국제 노동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ILO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외면해도 국제적 압력이 있는 한, 해당 이슈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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