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한미FTA 협상의 최종 쟁점으로 쇠고기와 자동차 관세가 부상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자동차 관세 협상 경과를 전해 듣다보면 협상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협상이라는 것은 본디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들고,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거나 결렬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석이다. 주고받기를 할 때는 주고받는 크기도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협상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도통 말이 안 되는 협상을 하고 있다. 우선 우리측이 ‘자동차 관세 철폐’에 주력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미국에게 승용차 즉시 관세 철폐를 요구했단다. 우리 요구가 관철되면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시장에 무관세로 수출하게 된다. 언뜻 보기엔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져서 미국시장에서 더 많이 팔릴 것 같다. 정부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다. 실제 그럴까.

정부에 따르면 국산 승용차 가운데 가장 비싼 3500cc급 대형차가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은 2~3만 달러(1,900만원~2,900만원)이다. 현재 미국 측 관세는 2.5%인데 이것이 폐지되면 판매가격이 약 500~750달러(47만~70만원) 낮아진다. 3천만원짜리 승용차 사는데 70만원 정도 싸게 해 준다고 더 팔릴 것이라는 선전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지 의문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그룹은 2005년 미국 앨리배마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그룹은 디트로이트 기술연구소와 캘리포니아 디지인센터와 주행시험장도 가동하는 등 완벽한 현지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 팔 한국 승용차는 앞으로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한다. 그래서 미국측 승용차 관세가 2.5%든 8%든, 20% 별 문제가 안 된다.

이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쪽의 일방 주장이 아니다. 직접 자동차를 팔아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과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각종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철폐해도 대미수출이 늘어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현지생산 체계 구축과 미미한 관세 인하 효과에 따른 미미한 가격경쟁력 향상 때문이다. 이는 정부나 우리측 협상단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장사하는 기업들의 분석이 이러한 데, 우리측 협상단은 관세철폐에 목을 매달고 ‘국익’을 이야기한다. 우리 정부가 무슨 말이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이제는 전경련과 자동차공업협회, 현대기아차그룹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대외신인도' 운운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미래와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일이다. 다소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한미FTA 체결해도 별 이득 없고, 자칫하면 내수 시장도 죽는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협상을 위한 협상은 이제 그만 좀 하자.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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