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50만원 주면서 폭발물을 제거하라면, 누가 선뜻 나서겠습니까? 목숨 걸고 일하는 데, 급여는 형편없습니다. 한달에 7~8명이 퇴사하는 실정이에요.”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특수경비대원 김아무개 씨의 하소연이다. 인천공항공사의 공개입찰에 낙찰된 A경비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비정규직인 그는, “공항공사는 3년에 한번씩 용역업체를 교체하기 위한 입찰을 벌인다”며 “직원들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한다”고 말했다. 처우가 부족한데다, 신분마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에 직접고용된 정규직은 800여명, 비정규직은 300여명 수준. 그러나 공사에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은 5천명이 넘는다. 공사는 공항 경비, 설비, 기술 등 34개 업무를 아웃소싱한 상태다.

34개 아웃소싱 업체 중 11개 업체에 최근 몇 년 사이 노조 설립이 이어졌다. 11개 노조 중 9개 노조는 ‘인천공항비정규직노조연대’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저하로 이어지는 최저낙찰제 폐지’ 등이다.

현장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이 지난 28일 인천공항 비정규직노조들을 만났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비 등 필수업무가 공항공사의 직영 업무로 전환돼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공항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힘써 달라”고 입을 모았다.<사진>
 
 

공항경비에서 주차장관리까지 … 임금은 정규직 70% 수준

인천공항비정규직노조연대(공항비정규연대)에는 청원경찰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신설된 특수경비대, 공항 승객의 짐을 검색하고 내외곽 경비를 맡는 보안검색 요원, 항공기와 공항사이를 잇는 다리를 설치하는 탑승교 직원, 항공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 공항 셔틀버스 기사, 주차장 관리요원, 설비기술직, 건축유지관리직원 등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항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지난 2004년 11월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노동연구원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공사 정규직 보다 약 30% 가량 임금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당시, 공항공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총액은 147만4천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시 정규직노동자 월평균 임금인 205만8천원의 71.6% 수준이다. 기본급이 적다보니, 시간외수당이나 상여금도 정규직보다 적었다. 2004년 당시, 비정규직의 시간외 수당은 13만3천원으로 정규직 31만5천원의 42.2%였고, 상여금은 정규직 243만9천원의 15.6%인 38만2천원에 불과했다. 또한, 3년마다 진행되는 업체 변경 입찰로 인해, 비정규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답했고, 10명 중 6명은 ‘직장에 만족하지 못 한다’고 응답했다.

2007년 현재도 이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지훈 공항비정규연대 위원장 직무대행(인천공항주차장노조 위원장)은 “운영, 경비, 기술 등 직종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급여 테이블을 적용받게 되는데, 평균적으로 볼 때 비정규직은 월평균 160~17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시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주차장관리, 버스 운전 등 운영직은 월평균 130~140만원, 소방대원 등 경비직은 150~160만원, 경험과 자격기술 등을 요하는 설비, 플랜트, 건축유지관리 등 기술직은 200만원~250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오지훈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는 공사 정규직 임금과 비교할 때 60~70%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무분별 아웃소싱 … 비용절감 '글쎄'

공항비정규연대 소속 노조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인천국제공항특수경비대노조와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다. 이중 특수경비대는 국가 주요시설에 배치되는 ‘청원경찰’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

“특수경비대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항공사가 새로 도입한 직종인데, 기존 청원경찰과 같은 일을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준공무원 신분인 청원경찰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이고, 공항 특수경비대원은 3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것 입니다.” 이진행 특수경비대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이 위원장은 “경비업무 특성상 경비원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박봉과 고용불안으로 인해 도중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공사가 경비업무 등 공항유지에 필수적인 업무까지 무더기로 용역화한 배경에는 정부의 방침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횡령 등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필수유지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 업무를 외주화하고,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것과 맞물린 처사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 덕분에 고용불안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과 별도로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성주 인천국제공항건축유지관리노조 위원장은 “공사는 비리근절과 비용절감 등을 외주화 도입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미 모든 업무가 전산화 돼 있어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사는 ‘파견법 위반에 걸려 아웃소싱 업체 직원들의 임금에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공사는 업체가 지불해야할 각종 세금과 경비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공사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공사측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싶어도 건설교통부나 기획예산처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8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면담한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자회사 설립은 공사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최근 3년 단위 입찰 기한을 2년 연장하는 등 고용보장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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