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실업의 공포에 맞서 싸우는, 전쟁터 같은 대한민국 고용시장에서 공무원은 하나의 섬이요, 오아시스였다. 일단 공무원시험만 통과하면 평생 잘릴 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한국에 남은 거의 유일한 직장이'었'다. 이렇다보니, 취업 준비생보다, 공무원시험 응시자가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진곤 했다. 4대 국가고시에 더해서, 9급 공무원시험이 ‘공시’로 자리잡았다. 유일무이한 고용조건은 현재 두가지 방향으로 공격받고 있다. 예산으로 인력을 쥐어짜는 방식인 ‘총액인건비제’와 인사평가로 인력을 잘라내는 퇴출제가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성과관리시스템이 그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태풍처럼 몰려오고 있는 퇴출제의 발화점은 아이러니 하게도 진보정치 일번지 '울산'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일 열심히하는 공무원의 전도사'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은 같은 편끼리 싸우다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에서 시장 자리를 내 주었다. 그래도 선거결과는 10% 정도의 차이였다. 적전분열 상황에서도 송철호 후보는 무려 43.6%를 얻었다. 그리고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구청장을 지켰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는 4년만에 반토막난 지지세를 확인시켜주며 낙선했다. 그리고 박맹우 시장은 3선 시장이 됐다. 지근거리에서 귀찮게 하던 북구청장과 동구청장도 한나라당 후보의 몫이 됐다. 딱 6개월 후에, 박맹우 시장은 공무원 퇴출제라는 칼을 빼 들었고, 울산의 진보진영은 그것을 견제할 어떤 영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울산과학기술대라는 이름으로 국립대 법인화의 선봉에 선 곳도 울산이다. 울산은 이제 진보정치 일번지가 아니라, 공무원 구조조정의 일번지가 됐다. 울산발 퇴출제는 서울시에서 증폭됐다. 지난해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진보정당은 오세훈-강금실 후보에게 진보적 이미지마저 빼앗기고 참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국민의 3분의 2는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최소한 지난 10년동안 진보진영은 진보적 의제로써 '고용'을 설명하지도, 조직하지도, 하다못해 지키지도 못했다.

한줌 밖에 안되는 진보의 사회적 영향력. 차돌같이 뭉치고, 들불처럼 퍼지며, 진보는 확대되고 있었나? 아니면 그나만 한뼘씩 빼앗겨 가고 있나? ‘철밥통에 철퇴’라는 문구로 진행되고 있는 마녀사냥을 보며 씁쓸하기만 하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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