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투쟁이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2월22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의 성원으로 참석한 본인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한미FTA 8차 협상이 3월 8일부터 개최되고, 이제 끝장투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그 어느때보다 비장한 각오였다. 그러나 참석한 집행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실무단위 책임자들이 대신 왔다.

이날 회의는 주로 지역 집행책임자들과 범국본 중앙 민중연대 동지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됬다. 3월 투쟁은 3월1일부터 8일까지 준비기이며 이 기간 동안 3.1절 차량시위, 3.8 비상시국회의 등이 계획돼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투쟁력을 높이는 기간이다. 그 여세로 3.10 1차 민중총궐기(중앙 집중), 3.24 2차 민중총궐기(광역동시다발)로 잡고 끝장투쟁을 결의했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지도부의 결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3월8일 또는 10일에 대표자가 집단단식을 하기로 했다. 기간은 4월2일까지다.

우리의 투쟁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한미FTA는 체결된다. 대국민여론조사를 보면 찬성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하원 의장 넨시 펠로시는 노골적으로 한미FTA를 반드시 체결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미의회의 체결 거부권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 투쟁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정부, 정확하게 노무현 대통령에게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그날 회의에서 나타났던 합법적 집회 공간 요구와 민주노총의 다양한 일정을 이유로 한 주체역량의 한계를 이 시점에서 돌파하지 못한다면 한미FTA는 체결되고 만다.

그간 민주노총의 분발을 요구해 왔고, 수십명의 구속과 체포영장으로 대중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도 이번 3월 투쟁에 3만의 동지들이 결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노동운동 진영도 이젠 말이 아니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종전에는 ‘위원장 임기 말’이라서 어렵다고 하고, 이제는 ‘위원장 임기초반’이라 어렵다고 하면 언제 투쟁을 한다는 것인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런 상황이 예견돼 민주노총 후보자들에게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FTA 저지싸움을 즉각 수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 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자들이 한미FTA반대 성명을 협상장과 멀리 떨어진 민주노총에서 했었다. 협상장 앞 투쟁현장에 노동자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보자들이 주도하려는 의지의 부족도 있었다.

한미FTA투쟁은 특정정파가 주도 하고 있다고 생각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쟁의 대열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이 문제는 해결 된다. 정파를 떠나서 나부터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서울 소재 노동조합 상근자만 규합해도 1천명의 동원은 가능하다. 의지의 문제다. 지도부의 각성이 더욱더 요구된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뒤로 빠져 있다가 이제는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다음을 준비하자는 이야기는 정말 운동판에서 사라져야한다.

한미FTA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은 임기 내 치적을 위해서 ‘미친 거래’를 합의하려 한다. 투자자 정부제소 권한부여를 통해서 사법권이 침해되고, 의무이행강제금지규정에서 입법권이 넘어가게 된다. 자동차세제, 의약품, 지적재산권, 금융의 자발적 수용 및 수도 전기 심지어 물까지 사유화 및 개방화를 통해 정부의 거버넌스 및 행정력의 붕괴까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한미FTA는 입법, 행정, 사법 모든 것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 없다.

본인은 농민들과 노숙하면서 노동자가 별로 없는 노숙장을 개탄하는 일부농민들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대다수 농민들은 FTA반대투쟁보다 더 강력한 노농연대투쟁은 없었다고 말하며, 노동자는 늦게 발동 걸린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새벽3시 천막도 없이 그냥 은박지 위 침낭 속에서 추위를 견뎌내는 노숙투쟁 현장을 촬영한 YTN 뉴스를 본 어느 할머니 한분이 아침에 죽 한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와서 너무 추울 것 같아 밤새워 끓였다며 정성스레 건내 준 죽을 먹을 때 아직 우리 편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FTA 저지투쟁 대열에 동지들이 많이 참여해주길 기대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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