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사가 사용자단체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운영방향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사업장 대표를 교섭위원으로 참여시켜 산별교섭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사업자단체 격인 은행연합회는 교섭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사업장 대표들에게 ‘교섭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산별강화’ 차원에서 사용자단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은행연합회는 ‘편리한 교섭’의 창구역할 정도로 사용자단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금융노조 정책본부 주관으로 개최된 ‘사용자단체 구성과 산별교섭의 현재’ 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금융노사의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사용자단체에 대한 엇갈린 시각

금융노조는 2000년 3월3일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부터 줄곧 사용자단체 구성을 요구해왔다. 30여개가 넘는 전체 사업장 대표들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있으나 사용자단체는 없는 ‘불일치 상황’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용자들도 이 같은 점에 일정부분 공감했다. 그래서 금융노사는 지난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올해 사용자단체 구성을 목표로 산별교섭의 대상, 방법, 이중교섭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한다”는데 합의했다.

산별중앙교섭 합의 이후 지난해 금융노사는 2차례의 간사회의를 거치고, 올해 2차례 실무자회의를 개최, 지난 2월1일 금융노조에서 먼저 ‘사용자단체 구성 요구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사업장 대표가 교섭위원이 되어야 하고, 교섭의 효율화를 위한 이중교섭 방지 대책 등은 사용자단체를 구성한 이후에 노사 공동연구용역 등을 통해 도출하자는 것이었다. 먼저 구성하고 하나씩 내용을 채워가자는 이른바 ‘선구성 후보완론’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이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측도 사용자단체 구성의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했다. 공성진 은행연합회 노사협력부장은 “향후 사용자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 부장은 “사업장 대표들이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경우 현재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현재는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경우 교섭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을 사업장대표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방향으로 사용자단체 구성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공 부장은 “금융노조에서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경우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사용자들에게 명확히 제시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향후 사용자단체가 구성될 경우 “금융노조 본조와 사용자단체에 포진해 있는 사측 협상단을 중심으로 교섭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별교섭 뒷받침할 법제도 필요

공광규 실장은 간담회에서 1970~1980년 사이에 금융노사가 경험한 ‘중앙노사협의회’를 소개했다. 당시 중앙노사협의회 협의당사자는 금융경영자협의회와 금융노조였으며, 경영자측은 각 은행대표 1인과 금융경영자협의회 사무국장이, 노조측은 금융노조 위원장과 각 은행지부 대표 1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공 실장은 1970년 당시 근기법 상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노사협조를 기하고 산업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사협의회를 설치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조법 제2조, 제29조 등에서 사용자단체 요건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단체 구성’이나 ‘노사협의단체’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간담회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의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공성진 부장은 “사용자단체가 설립되더라도 법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유지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금융노사가 향후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 향후 입법에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 부장은 사용자단체가 구성되면, 금융산업적 측면에서 금융노사가 고민해 임금, 노동조건 등의 의제를 뛰어 넘어, ‘금융노동자의 교육훈련’ ‘금융산업의 글로벌화 방향’ 등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안도 의제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도 “지금쯤이면 노동부가 나서야 될 시기도 됐다”고 강조했으며, 권현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연구원에서도 노동부가 교통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요구, “단협 유효기간 연장"

공성진 부장은 은행연합회측의 현실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나름대로 사용자단체 구성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기업별 교섭 체계를 선호하고 있는 개별기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용자단체 설립에 따른 노사문제의 조정, 규제 및 예산부담에 대한 의견접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산별교섭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이중교섭 방지 방안 △교섭비용절감 방안 △사업장 단위 파업 자제방안 △산별교섭 이행방안 △각 지부 노사가 산별교섭 이행을 거부하며 탈퇴할 경우의 대책 등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별중앙교섭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합의됐던 내용이 지부 보충교섭에서 다시 논의되는 이중교섭은 산별교섭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에, 산별교섭 의제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으며, 각 지부 노사가 사용자단체 또는 금융노조를 탈퇴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선결조건을 바탕으로 공 부장은 금융노조의 요구안에 맞서 사용자단체 구성과 관련된 사용자측 요구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요구안의 핵심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으로 연장 △단체교섭 2년마다 개최 △지부교섭 의제를 산별 위임사항, 지부의 특수·고유사항으로 한정 △지부 차원의 쟁의권 유보하고 지부교섭 안건을 산별차원에서 재교섭한 이후 쟁의여부 결정 등이다.
 
이날 간담회에 초대된 권현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산별교섭 동향과 관련해 “유럽의 경우, 기존의 산별교섭 중심에서 지부별 교섭(기업별 교섭)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부 보충교섭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현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기업별 교섭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며, 이미 중심축은 산별교섭이 아니라 기업별 교섭인데, 한국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산별교섭 중심주의로 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유연성, 개별 기업(자본) 간의 경쟁이 강조되면서 기업별 교섭(지부보충교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산별차원의 조정을 거치면서 기업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조정된’ 탈중앙집권화 내지는 ‘통제된’ 탈중앙집권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산별교섭과 기업별 교섭의 융화 내지는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업별 교섭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되고, 어느 선에서 통제할 것인가가 논쟁적인 이슈로 등장했다고 권 연구위원은 소개했다.


또 오스트리아 은행산업의 경우 5개의 업종별 사용자단체가 산별 차원에서 하나의 노조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하고, 지부 보충교섭(기업별 교섭)이 다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사용자단체가 시중은행, 상호저축은행, 협동조합, 증권사, 보험사 등 5개의 업종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사용자단체는 금융노조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단, 이들 사용자그룹은 5개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만 협약 내용을 공유하면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한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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