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철도공사가 잘못했다는 데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합니다. 불법과 합법이 혼재됐지만 합법이라고 서울지방노동청이 결론을 내린 것은 참 부끄러운 결론입니다.”(홍준표 환노위원장2006년 11월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 문제(KTX 문제)를 국가·사회통합 차원에서 풀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철도공사 사정도 있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KTX 여승무원도 만나고 철도공사와도 얘기하고 정부차원에서도 대화하는 등 올해에는 노동부가 앞장서서 풀어보려고 합니다.”(이상수 노동부 장관, 2007년 1월5일 CBS라디오 ‘뉴스레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직접고용을 제안하고 주무부처인 노동부에서도 “앞장서서 풀겠다”고 공언한 KTX 승무원 문제가 결국 1년을 넘겼다. 하지만 진전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정원과 예산 등을 기획예산처 등 부처서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설명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은 철도공사 책임론을 들고 나서고 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이렇게 다르니 제시되는 해법 역시 다르다. KTX관광레저 고용부터 철도공사 직접고용까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철도공사 “예산문제 때문에 외주화”

노동연구원이 노동부에 제출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철도공사는 “예산상의 제약과 정원 통제”를 외주화 이유로 들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마련 연구’(대책마련 연구)에서 철도공사는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외주화를 시행함에 따라 비용이 절감되고 경영효율성이 크게 제고됐다”며 자체평가 및 향후계획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예산상의 제약과 정원 통제에 따라 경영개선 계획에 의거 비정규직을 활용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인건비 및 관리비용이 크게 절감됐을 뿐 아니라 경영측면에서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 도한 비핵심 부분에 대한 아웃소싱을 통해 조직의 슬림화를 도모해 2005년의 경우 용역 근로자 인력을 고려해볼 때 약 852억7,7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 더불어 비정규직 및 외부위탁의 확대는 정부 경영평가 시 인사·조직 및 인건비 관련지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간추리면 예산상 제약과 정원 통제, 경영개선 계획에 따라 외주화를 했고 비정규직과 외부위탁 확대는 정부 경영평가 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철도공사는 “공기업에 대한 인력 및 예산상의 통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역무원, 열차 승무원, 장비 운전원 등과 같은 상용근로 부문은 고유 업무이며 지속적으로 인력수요가 발생하는 분야이므로 정규직화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대로라면 철도공사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노조, 교수모임 “철도공사 의지 문제”

이에 대해 철도노조와 교수모임은 “핑계”라고 일축하고 있다. 교수모임은 구체적으로 기획예산처 경영평가단의 ‘한국철도공사 경영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들고 있다. 평가보고서에서는 철도공사가 2005년에 쓰지 않은 예산이 7,400억원에 달한다고 적고 있다. 경영평가단은 “예산 운용에서 불용액 7,400억원과 이월 건수가 과다하게 나타나고 있어 전반적으로 수익과다 계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예산의 편성과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인 예산편성을 위해 전년도 결산의 분석내용이 충분히 반영돼야 하는데 철도공사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경영평가단은 예산운용에 대한 사장의 노력은 ‘D제로’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KTX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철도공사 경영진이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예산제약을 들고 있다”며 “2005년 예산 가운데 불용액이 7천억원이 넘는데 예산문제로 고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역시 "정원에 비해 현원이 500명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원 제약으로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말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해법은 각양각색

이쯤되니 해법도 다양하다. 장관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노동부의 경우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연계한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10일과 11일 이상수 장관은 기자회견과 방송을 통해 “오는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때 외주화가 문제가 되면 철회시키는 방안도 발표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여승무원들은 관광레저에서 근무하면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대신 원로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중재기구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립적인 원로들이 중재안을 마련하면 노조와 공사 모두 이를 따르자는 주장이다.

철도공사 박승언 노사협력팀장은 “시민단체에서 제안해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고 어떤 안이든 중재위에서 결정하면 따를 것”이라며 “중재안이라면 일방의 주장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재위 구성부터 노사가 같이 고민해서 풀어가고 공개토론회가 필요하다면 중재위 주최로 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원칙대로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협상을 했는데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해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의 원칙은 노사간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 정부의 예산 제약이 아니라 철도공사의 의지에 따라 충분하게 풀릴 문제라는 주장이다. 엄길용 위원장은 “KTX 승무원 문제를 노조 사업의 핵심으로 잡고 있다”며 “조합원의 단결과 투쟁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의 경직적 대응태세 문제 꼬여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은 ‘대책마련 연구’에서 공공기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부문 비정규근로 정책방향에서 연구원은 “공공부문에서는 간접고용과 관련한 실수와 잘못이 명백하지만 공공부문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혹은 경직적 대응태세로 인하여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고속철도 여승무원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돼 왔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철도공사는 애초에 여객항공 수준의 고급서비스를 표방한 것에서 후퇴하여 이제 관련 자회사를 변경하고 승무원이 음료수 등도 판매하는 것으로 직무범위를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문제가 사업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해당 공공부문 전체의 간접고용 관행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공공부문의 경직적 대응능력을 드러내주는 사례”라고 꼬집어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5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