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금속노조 임원 선거에서 최대 조합원을 보유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전체 금속노조 조합원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기업별지부의 영향력이 초대 위원장 선거 결과로 드러났다.

20일 금속노조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금속노조 임원선거에서 기호5번 정갑득-남택규-최용규(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순) 후보조와 기호1번 정형기-이장우-김현미 후보조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금속노조 임원선거는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런닝메이트 방식이다.

13만3천175명의 투표권자 가운데 82%인 10만9천346명이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 기호5번 정갑득 후보조는 3만2천289표(29.5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호1번 정형기 후보조는 2만1천798표(19.93%)로 2위를 기록했다.

기호4번 전재환-이재인-맹주인 후보조(1만9천347표, 17.67%), 기호2번 이정행-전규석-최윤정 후보조(1만9천2표, 17.38%), 기호3번 박병규-백은종-정식화 후보조(1만1천777표, 10.77%) 등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과반수 이상 득표에는 실패했다. 15만 거대 금속노조 초대 위원장은 오는 26~28일의 결선투표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30%에 가까운 득표로 1위에 오른 정갑득 후보조는 2위 정형기 후보조에 1만표 이상을 앞섰다. 특히 투표에 참가한 현대차지부 3만4천명 가운데 39%인 1만3천명 이상의 득표를 얻어 대세를 판가름 지었다. 현대차지부에서 2위를 기록한 전재환 후보의 6천200여표보다 7천표 가량 많았다.

또 기아차지부에서는 투표참가자 2만3천여명 가운데 6천500여명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투표참가 조합원 7천573명의 대우차지부에서도 1천500여표(약 19%)로 2위에 올랐다. 정갑득 후보는 현대, 기아, 대우 등을 전체 3만2천289표의 70% 정도를 얻었다.

2위에 오른 정형기 후보는 기아차지부에서 7천300여표로 후보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는 대우차지부에서도 2천600여표(약 35%)로 1위를 기록했고, 현대차지부에서 4위지만 4천600여표(약 14%)를 얻었다.

결국 현대차지부 1위와 기아차지부 1위가 각각 전체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지부 소속 조합원이 4만4천652명, 기아차지부 소속 조합원이 2만7천730명이다. 이들 두 개 지부 소속 조합원이 전체 13만3천175명 유권자의 54% 수준이다.

반면 현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인 전재환 후보는 현대차지부에서 6천200여표(약 18%), 기아차지부에서 1천700여표(약 7%), 대우차지부에서 900여표(약 12%) 등으로 기업별지부에서 약세를 보였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선거판세를 결정지었다"며 “앞으로의 선거에서 현대차출신이 아니면 위원장에 나올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자기사 1>
부위원장도 대공장에서 독식
부위원장 결선진출자 4명 현대·대우차 출신…여성할당 부위원장만 금속노조 출신
금속노조 임원선거에서는 단 1명의 여성명부 부위원장만을 당선자로 배출했다.

1명을 선출하는 여성할당 부위원장에는 기호1번 정혜경 후보가 57.36%인 6만2천772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당선자로 기록됐다. 기호2번 조미자 후보는 4만982표(37.45%)에 그쳤다.

5명을 선출하는 일반명부 부위원장 경선에는 15명의 후보가 난립, 어느 후보도 과반수 이상 득표에 실패했다. 결선투표는 1차 선거 다득표순으로 5명의 후보가 찬반 형식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기호3번 김일섭(3만5천294표, 32.14%), 기호5번 오상룡(3만2천832표, 29.9%), 기호8번 박준석(3만1천687표, 28.86%), 기호7번 박근태(3만94표, 27.41%), 기호4번 우병국(2만9923표, 27.25%) 등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대우차지부 출신(김일섭 전 위원장, 우병국 금속연맹 전 부위원장), 현대차지부 출신(박근태 전 남양본부장, 박준석 현 기획실장) 등과 로템(구 현대정공)노조 출신이자 현 경남본부장을 맡고 있는 오상룡 후보를 포함하면 결선진출 5명 모두가 금속산업연맹출신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 중심의 기존 금속노조출신은 1명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대공장 사업장의 강세가 특징으로 분석됐다.

이번 선거에 참가하는 금속노조 13만3천175명의 유권자 가운데 기아차(2만7천730명), 대우차(9천739명), 만도(2천429명), 현대차(4만4천652명) 등 8만4천450명과 현대하이스코(534명)를 합해 8만5천84명이 기업지부 소속이다. 전체 유권자의 63% 수준이다.

 
<상자기사 2>
'정형기 바람' 거세네
예상 뒤엎고 결선행…금속연맹 위원장 전재환 후보는 3위 그쳐
“직선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정형기 바람이 무섭긴 무섭네요.”

13만 조합원이 참가하는 금속노조 임원선거에서 작은 이변이 나타났다. 각 의견그룹간 조직열세를 극복, 2위를 기록하면서 직선제 최대 수혜자로 기록됐다.

선거에 관여한 금속노조 안팎에서도 놀랍다는 평가다. 선거 초반 정형기 후보측은 5개 후보군 가운데 중하위권으로 평가 받았다. 정형기 후보가 부각된 것은 선거운동 중반 이후부터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정형기 후보측이 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반응했다.

당사자인 정형기 후보진영도 기대보다 득표가 많이 나왔다는 분위기다. 정 후보진영 관계자는 “간선제 형식의 선거였다면 우리가 2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직선제에서는 열심히 한다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반면 현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인 전재환 후보조의 부진은 또다른 이변으로 분석됐다. 1만9천347표를 획득한 전 후보조는 17.69%의 득표에 그쳤다. 4위를 기록한 이정행 후보조(1만9천2표, 17.38%)에는 불과 300여표를 앞섰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솔직히 대공장 사업장에서 연맹 위원장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전재환 후보가 큰 표를 얻지 못한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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