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20개 그룹계열사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승진인사다. 올해 초 성과금을 둘러싼 노사대립과 정 회장의 불법 비자금 사건 재판으로 뒤숭숭한 그룹 내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는 모두 96명이 승진했다. 현대정공 출신의 재무통인 이정대 재경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올라섰다. 이 본부장은 박정인 수석 부회장과 더불어 그룹 내 대표적인 현대정공계열 인사다. 또한 현대차 임원승진자 중 14명은 현재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법인(HMI, 4명)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 3명)에서 일하는 임원들도 승진대상자에 포함됐다. 그룹의 장기전략인 해외생산공장 확대, 현지생산체제구축을 독려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인사 우대정책’으로 볼 수 있다.
기아자동차는 40명의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배기만·차길재 상무가 각각 전무로 직급을 높였다. 현대모비스는 김정수·김태동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19명이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제철에서는 송윤순 전무가 부사장, 김영환·민병일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다. 모두 17명이다. 또한 현대하이스코 안희봉 상무는 전무로, 김대성·오현운·허주행 이사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정기인사를 ‘화합형 인사’로 평가했다. 퇴직대상에 올랐던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켰고, 규모도 최대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출신회사별(옛 현대정공·현대차서비스·현대차)로 임원승진 규모를 적절히 안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에서는 원화강세와 엔저로 인한 채산성 악화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재무통인 이정대 부사장을 기획조정담당 사장으로 전진배치시킨 점이 눈에 띈다. 현재 그룹 내 기획조정실 실장은 박정인 수석 부회장이 맡고 있다. 현대정공 출신 재무인사들이 그룹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실의 요직을 도맡은 셈이다.
현대차 인사에서는 노무담당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경총 관계자는 “기아차에서는 (노무출신 인사가) 2명이 포함됐는데, 현대차에서는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현대차 성과금을 둘러싼 노사대립을 이유로 노무라인쪽 승진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정대 사장과 함께 더불어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과 김승년 현대차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은 그대로 유임됐다.
|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