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권을 비당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인 '개방형 경선제'가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당원 51%와 선거인단 49%의 비율로 반영하는 ‘당원+선거인단’ 방식의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방안은 오는 3월 11일 치러지는 당 대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방안이 당 대회에서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현행대로 당원직선제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지난 10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개방형 경선방식을 담은 당헌개정안을 당 대회에 상정하는 안건을 표결에 붙인 결과 참석 296명 가운데 181명(61.1%)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당헌 개정안은 당 대회에서 참석 대의원 2/3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그러나 매번 주요 안건에 관한 중앙위 표결 결과와 당 대회 결과가 유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후보 선출방식 당헌개정안이 대의원의 2/3(66.7%) 이상의 찬성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따라서 당 대회 당일 다양한 형태의 ‘개방형’ 수정안 등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함께 대통령 후보경선에 3명 이상이 출마할 경우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선호투표제’ 도입 당헌 개정안도 참석 296명 중 169명(57.1%)의 찬성만 얻어, 당 대회가 통과가 불투명해 졌다.

당원 51% 선거인단 49% 안

이 날 중앙위를 통과한 대선후보 선출 방식 관련 당헌개정안은 선거인단을 모집해서 당원과 선거인단의 의사를 각각 51%와 49%씩의 비율로 반영하자는 내용이 뼈대이다. 당헌상에 당원직선제 선출방식은 그대로 두되 부칙에 특례조항을 만들어서 이번 대선에 한해 ‘당원 이외의 참여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선거인단 자격은 후원당원과 당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소정의 참가비를 납부한 사람에 한한다. 선거인단 규모는 50만명을 목표로 삼았으며 각 지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선출대회를 여는 방안도 제시됐다.

찬성 “총선 준비 함께 하자”

이 날 중앙위에서는 당 최고위가 제출한 당헌개정안인 ‘당원+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과 현행과 같이 당원직선으로 선출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또 당이 독자적인 대선후보 선출을 미루고 당 바깥의 진보세력들과 후보단일화를 먼저 논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찬성 발언에 나선 김종인 중앙위원은 “대선 뿐 아니라 총선까지 바라봐야 한다”며 “대선 후에는 선거인단에 참여한 이들을 조직해서 총선을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경희 중앙위원도 “민주노동당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을 선거인단에 참여시켜 확실한 당의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대선과 총선을 승리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중앙위원도 “50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은 고생스럽겠지만, 이는 결국 대선과 총선에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현실성 없고 정체성 훼손”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박창완 중앙위원은 개방형 경선제도에 대해 “당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비유하며 “정치자금법의 문제도 피해가야 하고, 홍보물 값도 마련하기 힘든 불가능한 방안에 가까운데 과학적 조사도 하지 않고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이봉화 중앙위원도 “당원들 사이에서는 대선 후보를 빨리 뽑아서 힘 있게 대선을 치르자는 요구가 많다”며 “50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으려면 당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목표를 채울 가능성도 거의 없고 그럴 시간도 없다”고 반대했다.

김인식 중앙위원은 “진성당원제로 선출하자는 것에도 반대하고 개방형으로 독자후보를 뽑자는데도 반대한다”며 “후보 선출 방안 상정을 유보하고 먼저 당 바깥의 진보진영과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원안 찬성률 61%

찬반 토론 직후 당 대회 상정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중앙위원 296명 가운데 181명(61.1%)이 찬성했다. 당 대회 안건 상정은 중앙위원회 과반을 얻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당 대회에서 당헌개정의 요건인 2/3 이상의 찬성을 받으려면 중앙위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만큼 원안 가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문성현 대표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가 없으면 당 대회에서 통과되기가 어렵지 않겠냐”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정치적 우려가 있으므로, (당 대회까지 남은 기간동안) 최고위원회가 각별한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10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중앙위는 11일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새가며 안건을 처리했다.
 
지도체제 개편 당헌개정안도 불투명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대표 임명 ‘글쎄…’
당 대표가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을 임명하고 최고위원 정수를 9인으로 줄이는 내용의 지도체제 개편 관련 당헌개정안도 10일 중앙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의 찬성률이 낮아 당 대회 원안 가결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중앙위는 관련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재석 276명 가운데 140명(50.7%)이 찬성, 과반에서 1표를 넘겨 통과시켰다. 당헌개정은 참석대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따라서 당 대회 결과가 중앙위 결과와 유사하게 나올 경우 당헌개정 원안은 부결된다.


이 날 중앙위원들은 최고위원 정수를 현재 12인에서 9인으로 축소하는 것까지는 대체로 동의했으나 대표가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을 최고위원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임명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자칫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의 위상이 대폭 약화돼 당 업무를 장악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수정안 제안과 표결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선근 중앙위원(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수정안을 통해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선출직 최고위원 중에서 대표가 임명하자”고 제안했으나, 부결됐다. 이연재 중앙위원도 수정안을 통해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을 대표가 임명하되 당연직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역시 부결됐다.


최고위원회가 제출한 원안에는 국회의원 가운데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영길 의원만 찬성했고 천영세, 단병호 의원은 찬성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천 의원은 “대표가 최고위원이 아닌 사람 중에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임명하게 되면 이들의 위상이 낮아져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찬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날 원안이 가까스로 과반을 넘겨 당 대회로 넘겨진 만큼 다음달 11일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원안 뿐 아니라 ‘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제’ 등 여러 형태의 수정안들이 제시되고, 표결에 붙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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