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라도 담판을 짓겠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호언장담’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안팎의 분위기가 예사스럽지 않다. 문 대표의 발언이 ‘빈말’ 아니라 실질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민주노동당과 청와대 사이에 활발한 접촉이 이뤄지는 분위기이다. 설 연휴 직후에 청와대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한미FTA 6차 협상장이었던 신라호텔 앞에서 의원단이 단식농성을 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던 지난달 분위기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현재까지 당이 ‘메아리’ 없는 구호를 외쳤다면, 현재는 아직 미미하지만 ‘메아리’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에서 한미FTA 청와대 담판을 재강조했다. 그는 “혹시 대통령 보고라인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언론에 공개된 정도의 협상 파행과 문제점을 대통령도 알고 있다면, 협상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잘못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을 실패한 것은 자기 정권의 실패로 끝나고, 비정규직악법 통과는 10년 동안 짊어질 혼란이지만, 한미FTA 협상을 잘못하면 다음세대에까지 고통과 부담을 남겨주는 일”이라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밀고 나가는 태도는 두고두고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까지는 민주노동당이 늘 해 오던 주장의 반복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다음 발언은 주목된다. 그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있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만나 이(한미FTA협상 중단)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 바란다”며 “당 관련 부서에서는 청와대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이미 청와대와 회담 일정과 의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8일 정호진 부대변인은 “청와대 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회담일은 설 연휴 이후가 될 것 같은데, 아직 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9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