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타사에 비해 판매단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만 해도, 대당 판매단가에서 4∼5% 정도의 재료비가 더 들어갔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올해부터 부품 납품처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이른바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인데, 세계 어느 나라라도 품질에 차이가 없다면 싼 부품을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정무영 쌍용차 홍보부장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협의를 거쳐 세계 각국의 부품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쌍용차가 추진 중인 부품업체 변경실태를 보면 글로벌 소싱에 합당치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유달리 중국업체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노조가 최근 작성한 ‘부품 RE-SOURCING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월 현재 쌍용차 납품을 위해 부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부품업체 3곳이 모두 중국업체다. 또한 곧 납품업체가 바뀌는 8개 아이템도 중국업체가 독차지할 예정이다.

게다가 견적서 제출을 기다리고 있는 23개 아이템 중 중국업체 15곳이 견적예상 부품업체로 명시돼 있다.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입김을 감안하더라도 쌍용차의 ‘중국 편중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관심 있게 봐야 할 부분은 SAIC의 자동차 부품 구매대행 업체인 상하이자동차부품구매중심유한공사(APSIS)의 역할이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납품협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견적서 제출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부품업체 대다수가 APSIS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APSIS는 지난해 초 ‘쌍용차 부품구매건 협력 의향서’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의향서에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쌍용차에 자동차 부품과 원재료를 싸게 공급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 있었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 3년 간 9천억원 규모의 부품을 APSIS로부터 구매하라는 것이다. 의향서에는 또 계약방식과 논쟁해결 방법까지 명시돼 있었다. APSIS의 뒤에 SAIC가 있다 하더라도 쌍용차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APSIS의 의향서는 노조의 반발 등 논란 끝에 흐지부지됐다.

그런 가운데 최근 쌍용차가 APSIS를 통해 중국 부품업체와의 거래를 트기 시작한 것이다. 의향서를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부품을 늘리겠다는 APSIS의 의도는 관철된 셈이다. 국내 부품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둘째 치더라도, 중국업체의 부품기술력이 국내 업체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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