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의 뒷풀이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밝았다. 낙선 후보들도 박수를 받으며 연설을 했고, 선거운동원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기호1번 양경규-김창근 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진영의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대의원대회가 끝난 직후, 대회장 근처 한 식당에서 70여명이 모여 뒷풀이를 했다.

양경규 후보는 “오늘부로 후보 자격도 없어졌으니, 직책이 없는 평조합원이 됐다”면서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근 후보는 “애당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후보로 나서서 그런지 많이 섭섭하진 않다”면서 “각 지역에서 열심히 뛰어준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 조직 전반을 관리했던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에게는 ‘위로성 질책’이 이어졌다. “고생했다”고 인사하는 사람도, “미안하다”고 답하는 한 집행위원장도 그리 딱딱한 표정은 아니었다. 한 집행위원장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1,088표를 나누고, 붙이고, 끌어오고, 빼앗기며 마음고생이 컸던 눈치다. “다시는 선거 조직책으로 일하지 않겠다”며 푸념도 했지만, 사실 이 말은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때를 마친 직후에도 한 말이고, 그 전에도, 그 전에도 한 말이다.

1번 진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김은주 부위원장 당선자는 눈물을 보였다. 자신의 당선에 대한 기쁨보다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의 낙선의 아쉬움이 더 커보였다.

이윽고, 비정규직 출신 주봉희 부위원장 당선자가 뒷풀이 장소를 찾아왔다. “형이 당선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 후보 당선된 것만큼 기쁘다”…. 안고, 악수하고, 덕담하며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주봉희 후보는 각오가 남다른 분위기였다. “할일이 많은 만큼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엔 된다고 하면서 대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어떻게 몇년 동안 표찍은 사람이 당선되는 모습을 못 봤다’고 하고 가더라. 참 어렵다.” 한 대의원의 한숨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이번엔 선전했다”고 다른 대의원이 위로했다.

애써 태연했던 모습은 새벽은 아침에 가까워지고, 피곤함과 술기운이 더해지자 풀어졌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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