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방침에 대해 “재경부 관료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26일 우리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직과 우리은행 행장직을 분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계획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을 별도로 뽑는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장과 은행장 분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장이 은행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의 전략적 기능을 강화하고 행장직 분리 후 양사간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을 겸직토록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월 말께 회장 내정자를 선임하고, 이후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우리은행장 내정자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노조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노조에 따르면 출범초기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체제를 시행했지만 지주회사와 은행간 권력싸움 양상으로 전개돼 부작용만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가 나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회장과 은행장의 통합을 추진했고, 청와대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를 걸쳐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노조관계자는 “이 같은 사정을 다 아는 예금보험공사가 분리를 결정한 것은 재경부 관료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경부 고위급 관료가 최근 우리금융지주로 오기 위해 사표를 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또 광주은행이나 경남은행 이사회 의장은 겸임하지 않는데 반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만 겸임토록 하는 것은 예금보험공사도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자리도 만들고 부작용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2001년 윤병철 지주사 회장과 이덕훈 은행장 체제로 출범했으나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중요 의사 결정 때마다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따라서 예금보험공사는 2004년 두 직책을 통합,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토록 했다. 이후로 현재까지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과 양사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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