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전자문서교환(EDI) 서비스 및 수신자부담 시외전화, 관공서 민원처리 전산망 등에 장애가 잇따르고 있다. 평상시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장애도 인력 부족으로 복구에 3~4시간 이상이 걸리는 실정이다. 또 PC통신 천리안과 국제전화 서비스도 영업과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전용회선 보라넷은 파업 이후 10%의 고객이 계약을 해지했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데이콤의 최대 주주(지분율 56.1%)인 LG그룹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 문제다. 회사측은 휴·폐업 또는 분할·합병 때나 인사제도 등을 바꿀 때 노조와 반드시 ‘사전 합의’ 를 거쳐야 하는 단체협상 조항을 ‘사전 협의’ 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데이콤 경영계획본부장 황규석 상무는 “급박한 경영현실에서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조항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경우 내년도 LG그룹의 통신부문 구조조정에서 데이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강유식 사장이 최근 “무선 데이터 통신에 집중하기 위해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업을 정리하고 인터넷 콘텐츠 위주로 재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데이콤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데이콤 노조 김진호(35) 부위원장은 “적자 투성이의 PC통신 채널아이를 LG에서 6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하는 등 경영 간섭과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피해가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문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회사를 제소한 상태다.
임금 협상에 대해서도 노조는 총액대비 14.6%의 인상을 요구한 반면, 회사측은 적자를 이유로 기본급 5% 인상안을 제시해 대립하고 있다. 작년에 2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데이콤은 올해 시외전화 사업에서 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총 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초 68만5000원까지 올랐던 데이콤 주가는 7일 4만1450원을 기록, 최고가 대비 94%나 폭락했다. 하지만 노조는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LG그룹의 부당 경영행위를 지속적으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