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끌어오던 데이콤 파업 사태가 7일 회사측의 직장폐쇄 조치로 극한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이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참가한 1800여 노조원의 회사 출입을 막았으며, 계약직 600명을 포함한 비노조원 1200명을 업무에 투입했다.

주요 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전자문서교환(EDI) 서비스 및 수신자부담 시외전화, 관공서 민원처리 전산망 등에 장애가 잇따르고 있다. 평상시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장애도 인력 부족으로 복구에 3~4시간 이상이 걸리는 실정이다. 또 PC통신 천리안과 국제전화 서비스도 영업과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전용회선 보라넷은 파업 이후 10%의 고객이 계약을 해지했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데이콤의 최대 주주(지분율 56.1%)인 LG그룹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 문제다. 회사측은 휴·폐업 또는 분할·합병 때나 인사제도 등을 바꿀 때 노조와 반드시 ‘사전 합의’ 를 거쳐야 하는 단체협상 조항을 ‘사전 협의’ 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데이콤 경영계획본부장 황규석 상무는 “급박한 경영현실에서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조항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경우 내년도 LG그룹의 통신부문 구조조정에서 데이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강유식 사장이 최근 “무선 데이터 통신에 집중하기 위해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업을 정리하고 인터넷 콘텐츠 위주로 재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데이콤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데이콤 노조 김진호(35) 부위원장은 “적자 투성이의 PC통신 채널아이를 LG에서 6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하는 등 경영 간섭과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피해가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문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회사를 제소한 상태다.

임금 협상에 대해서도 노조는 총액대비 14.6%의 인상을 요구한 반면, 회사측은 적자를 이유로 기본급 5% 인상안을 제시해 대립하고 있다. 작년에 2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데이콤은 올해 시외전화 사업에서 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총 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초 68만5000원까지 올랐던 데이콤 주가는 7일 4만1450원을 기록, 최고가 대비 94%나 폭락했다. 하지만 노조는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LG그룹의 부당 경영행위를 지속적으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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