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적십자병원 고지영(가명) 간호사는 그렇게 바라던 임신을 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이미 한차례 이상 유산경험이 있는 고 간호사는 또다시 유산될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근로기준법 상 임산부에게 야간근무가 금지되어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데이’와 ‘이브닝’ 근무를 연 이어 하루 17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동료간호사의 얼굴이 떠오르자 ‘임신했으니 나이트 근무를 빼 달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유산이라는 그 끔찍한 고통을 또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이진호(가명) 방사선사는 같은 과 동료가 3박4일간 교육을 받으러 자리를 비워 현재 36시간 째 근무 중이다. 이씨는 다른 대형병원처럼 ‘영상의학실’이 따로 있지 않아 병원 지하에 위치한 관찰실에서 2층에 위치한 유방촬영실, 초음파실 등등을 뛰어다니는 것만 해도 벅차다. 이런 상황에서 24시간도 아니고 36시간을 일하다보니 제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 혹시나 의료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을까하는 공포도 잠깐씩 밀려온다.

보건의료노조 통영적십자병원 황영희 지부장에 따르면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간호사들이 아침 6시30분에 출근해 11시에 퇴근하는 ‘더블듀티’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지난해 임신한 간호사들 3명이 유산했다. 또, 방사선사나 임상병리사의 경우 24시간 맞교대 근무는 기본이고 같은 과 동료가 교육받으러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36시간까지도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황영희 지부장은 “인력충원보다 비정규직 남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한다. 현재 통영적십자병원에서 일하는 107명 가운데 77명이 비정규직이다. 지난 2004년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92%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나마 노사합의로 매년 10여명을 정규직화해 70%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것이 통영적십자병원지부의 설명이다.

병원측은 비정규직 비율을 40%까지 축소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지난해 임단협 협상이 해를 넘기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측은 경영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 않아 지금 당장 인력충원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을 내놓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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