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업장에서 새로운 경영시스템이나 인사관리제도가 우후죽순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초보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훈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 사업장에서도 사측은 끊임없이 전문 컨설팅업체에 직무분석을 맡기고 이에 따른 새로운 인력운영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병원사업장의 인력충원을 위한 대안적 직무분석’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황종일 전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연구용역을 맡았다.

‘직무분석을 통한 조직개편+아웃소싱’ … 노동조합은?

보고서는 “최근 5년동안 직무분석 실시를 통한 조직개편에 몰두하던 대형병원들이 이제는 ‘직무분석을 통한 조직개편+아웃소싱’의 흐름을 거의 공식화 하고 있다”며 “이러한 병원의 경영환경 변화는 노동조합과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도도 생략한 채 시행되고 있어 앞으로 노사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인사제도’라고 불리는 임금·승진·평가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종합인사시스템은 단지 인사제도 및 관리·운영체계의 부분적 변화만이 아닌 노동력 소비과정과 보상과정 그리고 주체화과정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사용자는 노동력의 소비 과정을 효율화, 유연화 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서 인원감축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조직통폐합과 외주하청, 직무통합을 통한 다기능화, 이익센터로서의 사업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보상과정의 효율화 등을 위해 연봉제-퇴직금누젠제 폐지-성과급 확장과 같은 임금체계 변화, 인사고과 강화, 직능급제 승진체계 등과 같은 능력위주 인사관리정책을 시도하면서 노동자의 의식적 동원 및 동의과정을 창출하기 위해 ‘위기 강조를 통한 노-자(사)일체화, 고객만족 운동을 통한 기업문화운동 등을 시도한다.

보고서는 “‘선진 경영기법 도입과정’에서 인사관리 전문가나 사용자측이 늘 주장하는 ‘직무중심’ 개념은 결국 ‘팀제 등을 비롯한 조직·인력개편’과 동일개념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이에 동반되는 직무분석은 인력계획을 산출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최종적으로 조직개편과 인원조정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노동조합이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표준직무분석모형 마련해야

하지만 보고서는 “사용자측 또는 일반적인 경영컨설팅 업체에서 실시하는 직무분석이 사측이 중요시하는 직무요소가 채택되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동조합에서 노동자적 시각에 의거해 직무분석을 정의하고 표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에 의한 표준직무분석모형은 사용자측의 선진경영기법 도입을 전제로 한 직무분석 실시에 대한 대응을 과학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에 의해 표준직무분석모형이 설계된다면 이는 향후 계속될 여러 경영기법의 변화와 도입에 대한 대응 수단을 갖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용자측 논리의 반박자료 또는 인원조정, 구조개편에 대한 대응자료로도 널리 사용될 수 있다.

또, 이러한 표준직무분석모형이 현실성과 구체성, 합리성과 노동자성을 견지하는 내용을 획득함과 동시에 고용형태에 따른 직무유형, 인력확충과 직무스트레스 해소, 직무불만족도 해소 등도 포함하는 대안적 직무분석이라는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노동조합의 논리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표준직무분석모형 설계의 방안으로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신뢰도 있는 모형이 설정되면, 보건의료노조 차원에서 직무분석을 진행하며 샘플링을 만들 수 있다며 세부적인 절차와 단계 등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에서 경영정보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용자측에서 ‘인력계획과 조직개편을 위한 직무분석’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정보부재 현상 내지 정보접근성 봉쇄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단협을 통해 ‘정보공개 또는 접근’의 통로를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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