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공무원연금 개정 정책건의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정부의 개정시안이라 봐도 좋다고 생각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역시나 내용은 그러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연금발전위의 안은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한 공무원 노동자의 노후파탄 조장이자, 연금의 기본 속성인 세대 간 연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개악안이다.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과 함께 공적연금이라는 하나의 그릇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공적연금이라는 일반적 성격과 함께 몇 가지 특수한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일단 공무원연금에는 국민연금과 일치하는 노후소득보장기능이 있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연금은 일반 노동자들에게 별도로 존재하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퇴직급여기능을 포함한다. 또한 산업재해보상기능, 공로보상 성격, 낮은 임금에 대한 후불임금의 성격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연금발전위의 안은 이러한 공무원연금의 기능 중에 ‘연금’과 ‘퇴직금’을 분리해 퇴직금은 늘리고, 연금은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퇴직금 분리·인상은 새 혜택이 아니다

일단 퇴직금 부분을 살펴보자. 공무원연금이 60년에 출발한 이래 공무원노동자는 제대로 된 퇴직금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 91년부터 생긴 퇴직수당도 민간대비 7~4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퇴직금이 이미 공무원연금 안에 내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연금이 상대적으로 후하게 설계된 이유는 과거 임금인상억제를 위해(지금도 여전히 공무원임금이 일반노동자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주목하자) 퇴직 후 후불임금을 연금으로 약속한 점과 바로 퇴직금의 포함에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부분이지 않은가. 그러나 지난 50여 년 동안 이것을 국가의 일반재정에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함께 조성한 연기금에서 사용해 왔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재정불안정 역시 이러한 운영에서 발생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는 새로운 혜택이거나 보상이 아니라 사용자의 당연한 책임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일 뿐이다.

더불어 공무원연금은 앞서 말했듯이 퇴직금의 성격뿐만 아니라,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초과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무원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보전, 민간의 산재보상보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재해보상 등 복합적 보장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정하여 양자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퇴직금을 공무원연금에서 분리시키고 민간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누적되어 온 민간보수격차의 현실적 보전, 임금·노동조건 등 근로기준법의 제한 없는 적용, 산재보상보험법 수준의 공무원 재해보상제도 등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또한 기타 급여제한 등의 공무원연금제도만의 제약조건을 철폐함과 더불어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다.

일방적 희생과 세대간 갈등 강요

더욱 심각한 부분은 연금부분을 심각하게 하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위 정책건의안은 기여율(비용부담률) 현행 대비 53.84%까지 인상, 급여율 33년 재직자 기준 현행 대비 20%까지 하락, 급여산정기초보수 재직 전 기간 평균보수로 후퇴,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연장 등 개악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연금과 퇴직금을 합한 공무원노동자의 퇴직총소득이 최고 30%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9급 임용되어 30년을 근무하고 20년간 연금을 지급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총 노후급여에서 현 제도 보다 무려 1억6천만원이나 삭감되게 된다.

적정급여보장은 공적연금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데 약속된 급여를 30%나 삭감하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노후파탄을 불러오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정부여당안 역시 이런 식으로 급여를 삭감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동시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명백한 개악안이며, 이를 기초로 하여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일방적 개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발전위는 퇴직자-기존공무원-신규공무원을 나눠 각각 다른 소위 ‘맞춤형 개정’안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이는 미래의 신규공무원과 최근 입직한 공무원의 크나큰 희생을 요구하는 안으로 장기적으로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로 선후배 공무원간의 갈등만 심각해질 것이다.

공적연금은 사회보험이자 사회부장제도로서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다. 즉 공적연금의 높은 보장성을 담기 위기 노동자가 사용자와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그 운용과 지급을 국가 책임짐과 더불어 후세대 부담에도 기초하고 있다. 즉 지금의 노령세대는 지금의 재직세대로부터 부양을 받고, 현세대가 미래노후가 되었을 때 그 당시의 재직세대로부터 부양을 받는 사회적 연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악안은 연금의 고유한 성격인 ‘세대 간 연대’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즉 들어오지도 않은 신규 공무원과 최근에 입직한 새내기 공무원들의 과도한 급여삭감과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금개악에 대한 공무원노동자의 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일 뿐이다. 이대로 개정이 되면 앞으로는 신구공무원 간 갈등문제,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내세워 또다시 재개정 할 것이란 것은 불 보듯 한 일이다.

진단과 처방이 따로따로

발전위는 공무원연금의 재정문제 발생원인을 △수지불균형 구조의 장기간 지속(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비용부담률 인상 없이 연금급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여 발생된 결과임을 지적) △인구 고령화와 연금제도의 성숙(부양률 증가, 평균수명 증가로 연금수급기간 증가, IMF 시기 구조조정으로 인한 10만여 명 이상의 명예퇴직 등의 사유로 인해 연금수급자의 증가) △민간사용자에 비하여 정부부담 과소(연금보험료와 퇴직금만 합산하여도 정부가 민간사용자에 비하여 36.52%나 적게 부담) △주요 선진국에 비하여 정부부담 과소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연기금재정위기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그 원인이 마치 공무원 노동자들의 책임인 냥 국민여론을 호도해 왔다. 또 공무원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면서 다시 한 번 더 공무원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연금개악을 강행해왔다. 그러나 발전위의 연구결과는 공무원연금의 재정문제는 모두 정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개혁을 논하기 전에 정부는 우선 국민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여론을 호도한 사실에 대해 명백히 사과하고, 성실히 해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진단에도 불구하고 발전위는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공무원의 비용부담률을 인상하고 연금급여의 지급수준을 하락시키는 등 단지 ‘불가피’하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문제 발생 원인이 진단되었으면,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치유하는 방안으로 대안이 마련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공무원연금, 공개적으로 논의하자

우선, 발전위의 정책건의안은 공무원연금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더러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임시방편적 대안에 불과하므로, 추후 정부가 발전위의 정책건의안을 기초로 하여 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

둘째,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이므로 연금법 개정안은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개적인 논의기구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반드시 당사자 또는 그 대표조직의 동의를 얻어 확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연금구조개혁을 위한 모든 논의과정에 공무원노동자들의 실질적 대표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참여를 즉각 보장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연금개악의 문제는 단지 공무원노동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금을 연금답게’ 연금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서 전 국민의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사회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공무원노조는 민중과 함께 싸울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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