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이 7일 개최한 '한국경제 활로'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자들은 대체로 현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금융 노사 공공 등 4대부문의 경제개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은 마감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라는 점에 대체로 공감했다.

총론 발표자로 나선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은 "한국정부가 IMF의 지원하에 추진해온 정책들은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악화된 것은 기업 구조조정의 실질적 결과가 보이지 않고 정부의 개혁의지 부족에 대한시장의 우려가 표면화 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코 소장은 특히 "정부는 시장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제는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과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에 대해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구조조정
정부 주도의 집단적, 획일적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 몇 개의 부실기업이 퇴출되었는가 라는 수치적 결과가 구조조정의 판단기준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기초해 적시에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부의 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에 따라 자율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김진현 효성고문). 더욱이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구조조정 때문에 자금운영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도 문제다.

워크아웃기업에게 자금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은행권이 국공채위주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회생기업 수는 감소하고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증가한다.

이런 악순환을 해소하기위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의 한시적 완화가 필요하다 (정갑영 연세대교수). 또 정부는 기업지배구조개선 중심의정책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제도적지원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

▦노사관계
외환위기이후 노사관계는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정부정책과 정치적 영향력 증대를 꾀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전략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중심의 노정관계로 변질되었다.

그 결과 법과 원칙이 실종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화되면서 경제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를 폐지하고 노동시장에 경제원리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

이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준법질서의 확립과 일관성있는 구조조정 실천을 해야 한다. 정치권도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개혁과 경제회복에 동참해야 한다. 노동계도 책임의식을 갖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김영배 경총 상무)

▦공공개혁
공공부문의 개혁은 민간부문의 개혁에 비해 강도와 속도, 고통 분담 측면에서 훨씬 부진하다. 정부조직개편도 효율성 제고가 아니라 공동정부간 정치적 흥정에 따른 측면이 있다. (나성린 한양대교수)

공기업 민영화는 헐값 매각시비, 노조의 강력한 반대, 증시침체 등으로 추진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각 부처 장차관과 관료들이 집안일부터 우선 돌봐야한다. (최병선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

▦금융시장 불안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실패한 근본적 배경은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못함으로써 실물 부문의 부실이 지속적으로 전가됐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제도 등으로 퇴출을 면한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과다한부실채권 등 본질적 부실요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정부가 투신사에 신상품을 허용하거나 채권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미봉책은 의미가 없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의 권한에 월권해온 '역선택적 관행'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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