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승무업무를 외주위탁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을 때보다 적어도 16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외주 위탁을 하기 위해 복리후생비를 이중계상하는 등 편법을 사용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른바 분식회계를 한 셈이다.
특히 업무 위탁을 결정했던 철도공사 임원이 KTX승무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의 비상임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졌다. 외주 위탁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KTX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교수모임)은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수모임은 철도공사가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비롯해 공사의 내부 자료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승무원 외주화로 연간 최소 16억원 손해

먼저 교수모임은 철도공사가 외주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숫자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외주를 주면서 KTX승무원들을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썼을 때보다 적어도 연간 16억원이 더 들었는데도 비용절감과 업무효율화 때문에 외주위탁 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교수모임은 직접고용 때와 외주를 줬을 때 1인당 임금, 4대보험 등 간접비, 일반관리비를 비교했다. 교수모임은 “철도공사 직접고용 새마을호 계약직 승무원의 경우 4대 보험 등의 간접비는 외주화된 KTX 승무원의 경우와 비슷하고 일반관리비는 오히려 더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리비 가운데 복리후생비를 이중계상하고 피복비 등도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근거자료로는 ‘2005년도 KTX 승객서비스 업무위탁 단가 산출서’와 ‘관리스탭 인건비 지급금액’ 등을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 고속철도 사업본부장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복리후생비 항목에 급식비, 직무수당, 피복비가 포함돼 있는데 급식비와 직무수당은 급여내역에 포함돼 있다. 같은 금액을 임금에도 올리고 복리후생비에도 올린 셈이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품목인 피복비 역시 복리후생비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이중 산정한 복리후생비가 4억원을 넘고 승무원을 직접고용했을 경우 이윤 6억여원, 인센티브 6억여원이 직접고용 때보다 더 소요됐다고 교수모임은 분석했다.

롯데관광 10억원 기부금은 어디로 갔을까

교수모임은 “외주화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공기업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위장고용을 앞서서 행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히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외주위탁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공사에서 외주화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뒤따랐다.

교수모임은 KTX관광레저 설립 단계부터 맺어진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롯데관광이 비영리법인인 한국철도진흥재단을 통해 철도공사에 기부한 10억원을 지목했다. 2004년 7월에 기부했는데 그뒤 보름만에 철도공사와 롯데관광개발이 합작으로 KTX관광레저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관광레저 지분은 철도공사가 51%, 롯데관광이 49%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모임은 “기부금 10억원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며 “철도공사가 승무업무의 외주위탁 업체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만이 기부금 사용처를 두고 일고 있는 의혹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광레저 수탁 뒤 순익 급증 … 공사임원 관광레저 이사로

교수모임이 제기한 특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원으로부터 부실자회사로 지적을 받았던 관광레저가 승무위탁 업무를 수행한 뒤 급격한 순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교수모임의 문제제기다. 실제로 철도공사는 지난 2005년에는 설립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민간부문과 경쟁관계에 있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업종의 자회사 설립으로 경영개선을 저해했다”고 지적받았다. “관광열차 판매수익을 68배나 많이 예측하는 등 자회사 설립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수지를 분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관광레저의 순이익은 2004년 3억7,000만원 적자에서 2005년에 2,300만원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는 무려 5억3,400만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무런 위험부담이 없는 승무사업을 위탁받아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모임은 철도공사에서 외주위탁을 결정하는 임원이 관광레저의 비상임 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교수모임은 “승무업무 위탁계약 당사자인 김천환 여객사업본부장이 이해관계가 총돌하는 위탁업체의 이사로 있으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자료만으로도 김 본부장은 급여통계자료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해가면서까지 외주화를 강행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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