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장관은 행정부 단위로 설립된 노조와 대정부 교섭 이외에 따로 교섭할 의무가 있을까? 답이 뻔한 듯한 이 문제를 두고, 노조와 행자부가 씨름을 하고 있다. 창구단일화 문제로 대정부 교섭의 진행이 ‘일단 정지’ 한 상황에서, ‘공무원노조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창구단일화’가 과연 무엇인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창구단일화의 범위는?

행정부공무원노조((행정부노조, 위원장 조호동)는 지난 연말부터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준비해 왔다. 행정자치부가 ‘대정부 교섭’을 이유로 행정부 단위의 노조와 교섭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노조는 “대정부 교섭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적법한 틀을 갖춘 행정부노조와 행자부가 교섭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오는 5일 행정부공무원노조와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 장관이 공무원노조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이 만남을 ‘사실상의 상견례’로 규정하며, 이를 통해 행정부 단위의 교섭의 물꼬가 터질 것을 기대를 하고 있다. 조호동 행정부노조 위원장은 “여러 현안이 있겠지만,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은 행정부 단위의 교섭을 서둘러 진행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행정부노조와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에 주장에 대해 행자부 장관이 어떤 답을 할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자부의 법 해석에 따르자면 ‘따로 교섭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행정자치부 장관은 대정부 교섭의 사용자 대표인데, 행정부 단위의 노조와 다시 교섭을 할 경우 중복된 교섭 테이블에 서게 된다”면서 “행정부노조가 공무원노조법을 잘못 해석하면서, 이중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의 논리에 따르자면, 창구단일화 의무가 있는 공무원노조특별법상,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정부교섭 이외의 교섭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행정부 단위를 최소 노조설립단위로 규정받은 행정부노조의 경우, 최소 설립단위의 사용자 대표와 교섭은 대정부교섭을 하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정부 내에서도 이견

그러나 이 ‘해석’는 노동계 쪽의 해석과는 다름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합의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행정부노조와 (행자부가 따로) 교섭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진행 중이며, 행자부와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무법인 한울’이 지난 9월, “행자부와의 공동교섭의 응한다고 해서, 행정부노조가 행자부와 독자적인 교섭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한울은 이같은 해석을 한 이유에 대해 △최소설립단위로 설립된 노조는 1차 교섭 상대방이 최소설립단위의 장이 될 것이고 △행정부노조의 경우 보수나 인사를 제외한 행자부 내 공무원들만의 고유한 근로조건과 조합 활동과 관련 사안은 1차 교섭 상대방인 행자부와 독자적인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울은 “행자부가 공동교섭을 이유로 독자적인 교섭을 거부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 “행자부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 응락가처분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법률원도 “공동교섭을 이유로 개별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창구단일화’를 행자부 자의적로 해석한 것”이라면서 “행자부가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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