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80% 가량이 전적 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11월16일 이후 계속된 회유와 협박 속에서 부실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가거나, 역무계약직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철도공사는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원해서 전적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새마을호 여승무원 이은진씨)

“한 병설유치원에서 임시강사로 17년 근무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우리를 ‘임시’라고 부릅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교장의 인격에 따라 처지가 달라집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요새는 (교육청에서) ‘기간제’(교사로) 서명하라고 밤마다 전화하고 학교에 찾아오기도 합니다. 교육청에서 ‘교사 직분을 버리고 보조원으로 가면 쉽게 무기계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병설유치원 임시강사대책위 대표 정윤성씨)

“155명 감축과 4시간 파트타임 전환, 올해초 도시철도공사는 두 기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3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삭발도 했습니다. 사장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더니 약속을 어겼습니다. 임금은 삭감되고 청소방법을 바꿔 썩은 대리석을 광을 내라고 합니다. 역장 출신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74명을 관리장으로 써 관리통제를 했습니다. 관리장이 청소를 하지 않는 만큼 여성노동자들이 일을 더해야 했습니다. 노동강도가 높아서 사고가 나더라도 도시철도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외주용역이 있는 한 공공대책은 의미가 없습니다.”(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가 지난 8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 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자며 연 회의다. 결론은 명확했다. 대책이 ‘약일까, 독일까’하는 논쟁은 더이상 없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비정규 대책이 노동자를 (일터에서) 내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기업, 정부 대책 맞선 '맞춤형' 대응

증언자들의 얘기는 한결 같았다. 공공부문 대책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고, 비정규보호 관련 법안과 함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새마을호 여승무원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진씨는 철도공사가 계획한 비정규직 대책을 소개한다. 우선 그는 지난 4월 노무법인 'hiHR'가 제출했다는 ‘06년 비정규직 관리체계 개선방안’(개선방안)을 예로 들었다. 개선방안에는 ‘현황 및 위험요인 도출’ 항목에 ‘비정규직 법안 통과 시 정규직 대비하여 불합리한 차별로 노사분쟁 발생 위험’이라고 분석했다. 직접관련 업무는 인력 재배치를 통한 단계적 외주화 추진을 추천했고 간접관련 업무는 별도직군 편성 운영하는 방식과 외주화 추진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은진씨는 “11월30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철도공사에서는 이후 동일업무를 하는 사업장에서 동일임금을 줘야 한다는 조항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이 실행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수의 비정규직들을 외주화시키려 하고 그 첫번째 대상자가 새마을호 승무원”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공사의 개선방안처럼 다른 공공기관들 역시 이름만 바꾼 방안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대 직종 통합’과 ‘통합인건비 관리 지침’을, 도시철도공사는 ‘2007년도 예산편성 기준’을,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세우는 등이 그것이다. 무기계약 대상이 될 만한 인원을 해고나 외주화를 통해 축소하고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인원 역시 계약해지 등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산도 없이 뭘 하겠다고” … 허점투성이

잇따르는 계약해지와 외주화 이외에도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의 허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민주노총 비정규대책본부의 생각이다. 9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추진단 구성이 11월에나 이뤄지고 무기계약 전환 계약서 제출 시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 등 일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의심을 키우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예산을 뒷받침하지 않아 결국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실제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자로 210명을 선정하고 인건비 소요예산 88억원을 증액해 달라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기획예산처는 지난 9월 전환에 따른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침대로라면 건설기술연구소는 전체 예산의 10%를 무기계약 전환에 대비한 예비비로 편성해야 하는 셈이다. 산업인력공단은 노사가 100명 증원을 합의한 뒤 노동부의 승인까지 얻었지만 기획예산처는 소요예산의 절반만 승인했다.

저임금을 개선한다며 용역업체 낙찰가를 조달청 기준으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실효성이 없다는 증언도 줄을 이었다. 인천지하철 차량정비부문에서 유진차량이 조달청 기준보다 10% 가량 낮은 77.7%로 낙찰을 받았고, 서울도시철도 전동차 중정비를 담당하는 신도시개발공영도 81%로 낙찰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경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각 기관들은 현재 내년 5월 정부대책 시행을 앞두고 추가예산 없이 무기계약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고용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무기계약 대상자가 확정되기 전까지라도 모든 비정규직에 대해 내년 5월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대책 때문에 고용불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시정할 계약해지 신고센터를 노정이 공동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밖에 “비정규직 사용억제 원칙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침 제정”과 “실효성 있는 비정규 대책 추진과 무분별한 외주용역을 줄이기 위한 각 부처·지자체에 비정규직 관련 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