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합의했지만 별도의 직군분리제를 두기로 하면서 과거 은행권 성차별의 대명사인 제2의 ‘여행원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분리직군제가 갖고 있는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민우회는 최근 성명을 내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는 일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이며 모범처럼 보일 수 있으나 ‘비정규직 철폐’의 성과로만 평가하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직군분리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

여성민우회는 “우리은행 노사 합의는 비정규직 노동자 3천명에 대한 별도의 급여를 명문화 하고 과장 이상의 승진은 불가하도록 승진체계를 분리했다”며 “또한 고용안정이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민우회는 “직군분리제를 통해 ‘정규직화’돼 별도의 임금과 승진체계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구성돼 있어 성차별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은행들이 ‘여행원제’를 통해 행원과 여행원을 구분 채용해 여행원에게 별도의 임금 및 승진체계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투쟁과 여성노동단체들의 제기로 여행원제가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몇몇 은행은 성별로 직군을 분리하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해 성차별을 존속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여성민우회는 “우리은행이 대부분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직군을 정규직화 한다는 명목으로 분리하는 것은 과거에 사라진 ‘여행원제’의 이름만 바꾼 부활일 수도 있다”며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기간제법에서 정한 계약직에 대한 차별처우 금지규정에 대해 외주화 등 다양한 회피수단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분리직군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금지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여성민우회는 “우리은행 노사는 분리직군제가 갖고 있는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만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분리직군제 차별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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