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고 무엇이 아닌가.

비정규직법 통과에 따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올려졌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21일 오후 여의도 국민일보사옥(CCMM) 코스코홀에서 노사정 관계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차별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내년 7월부터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비정규직 차별사건에 대비해 차별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비정규직법 통과 뒤 차별판단기준에 대한 첫 공개적 논의의 자리인 만큼 노사정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이어졌다.<사진>

이날 김유성 중노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내년 7월부터는 비정규직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오늘 자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내년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마련하면 노동위는 중노위 및 12개 지노위에 각각 차별시정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불리한 처우와 합리적 이유로 차별판단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부와 중노위가 지난 5월 박종희 고려대 교수(법학)외 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에 맡긴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종희 교수는 비정규직법상 차별시정 기준에 대한 검토에서 우선 적용범위는 기간제·단시간노동자, 파견노동자, 공무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수습중인 자, 불법파견(위장도급) 노동자 등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불법파견(위장도급) 노동자에 대한 차별기준은 향후 노동위와 노사단체의 합의적 노력이 필요함을 전제했다.

차별여부의 비교대상자(기간제노동자 중심)에 대해서는 상용노동자가 되며, 비교대상노동자 선정기준은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불이익처우가 명백한 경우, 또는 불이익처우가 명백하지 않을 때는 동종 및 유사업무 노동자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종 및 유사업무 노동자는 같은 사업(장)에 소속돼 있는 정규직이거나 동일성·유사성을 가진 업무 종사자로 보고 있다.

차별판단은 불리한 처우와 합리적 이유로 나눌 수 있다. ‘불리한 처우’는 “기간제노동자가 비교대상자에 비해 낮은 조건으로 취급받는 것”을 의미하며, 임금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휴일·휴가, 배치전환, 교육훈련, 안전보건, 재해보상, 복리후생 등 기타 근로조건에 대해 기간제노동자임을 이유로 구별, 배제를 통해 불리한 결과를 야기케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합리적 이유’는 “기간제노동자를 비교대상자에 비해 불리한 처우를 하는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합리적 이유에 대한 판단기준은 사용자의 자의에 기초하지 않아야 하며 사용자의 사업경영상 목적과 객관성으로 합리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일까.

이날 박종희 교수에 따르면 기간제노동자에 대해 △임금 및 금품 관련, 동일한 연공을 갖고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데도 정규직과 기간제간 서로 다른 임금을 주면 차별이다. 성과급은 업적·성과평가의 기준이 공정함과 객관화가 적용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 임금인상시 특정시기마다 임금인상액, 인상률, 인상의 기초 등을 달리해 이로써 임금격차를 발생시킨다면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법정수당의 산정시 정규직 적용 기준과 다른 기준을 기간제에게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다. 또한 차등퇴직금제도 자체는 불허되며 재해보상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교육훈련·배치와 관련, 직무수행능력향상훈련이 장기고용을 전제한 것이라면 기간제를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으나, 현재의 업무처리능력향상훈련이나 소양교육 등에서 배제하는 경우는 차별이다. 또한 기간제에게만 야간근무를 시킨다는지 하는 것도 차별이다.

복지제도와 관련, 박 교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적용대상을 정함에 있어 기간제를 배제하는 규정을 정관에 두고 있는 경우 차별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기간비례원칙이 적용되거나 복지혜택 배제에 기간제 특성에 따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리해고와 관련, 과거의 사례처럼 순전히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근로자측의 사정(부양가족, 근속년수, 연령 등)과 기업측 사정(근무성적, 업무능력, 근무태도, 징계전력, 현직급서 승진가능성 유무, 기업의 핵심인력 등)을 고려하고, 인력을 정규직 위주로 구성하려는 합리적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비정규직을 우선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경우는 차별로 보지 않고 있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판단은, 비교대상노동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내의 동종 혹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로 보고 있으며 이는 같은 조건의 기간제이든 정규직이든 무방하다고 제시했다. 차별금지대상이 되는 불리한 처우로는 사용사업주의 노동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차별금지 대상으로 한정, 파견사업주의 이윤인 일반관리비를 제하고 파견노동자에게는 실제로 지급되는 임금이 동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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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형태 따른 차별금지 경험축적 노력 필요”

차별구제 절차와 관련해서는 시정신청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명시해야 할 범위가 아주 구체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박 교수는 제시했다. 당초 비정규직법은 차별시정 대해 사용자 입증책임을 두고 있는 관계로 자세한 사항은 차별심사단계에서 교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림>

차별사건의 신청기간은 ‘사건발생시점’이 아닌 ‘차별적 처우가 있었음을 안 날’을 기산점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몇 년에 걸쳐 일어난 차별사건에 대해 관련된 근로조건은 하나로 보아 최종적으로 ‘차별적 처우가 있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는 것.

이밖에 박 교수는 비정규직의 상당수는 여성노동자이므로 비정규직법상 차별과 남녀성차별을 이유로 하는 간접차별의 동시활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단기적으로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금지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의 상황 속에서 가급적이면 조정을 통해 여러 경험의 축적을, 다른 한편에서는 노조의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기업 내부적인 객관적 지표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고용형태 뿐만 아니라 여러 사유를 차별금지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화·확대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 영역에서의 차별금지가 도입됨으로써 기존 근로관계 체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차별의 직간접적인 연원은 임금체계의 비합리성에 기초하는 바가 크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임금체계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직무급 체계로 전환될 경우 고용분야에서의 모든 차별 문제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2006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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