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국제기준을 말할 수 있을까요? 한국 정부는 참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습니다.”

김석 전국공무원노조 국장의 이 말이 과장일까. 계간으로 나오는 국제공공노련(PSI) 기관지 최신호에 보면, 첫 페이지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설 제목이 “반기문! 똑바로 하시오”(Do the right thing, Ban ki-moon!)이다. 사설은 ILO가 지난 3월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구절을 인용하며,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 “파괴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UN 사무총장의 힘은 회원국을 올바르게 설득하는 것에서 나오는 만큼, 신임 사무총장도 자신의 정부를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써 있다. 몇장 넘기지 않아, 용접된 공무원노조 사무실 정문 사진이 나온다. 이 기사 제목은 “노동조합에 너무 터프한 거 아닌가?”(Too tough on unions?)다.



"너무 터프한 거 아닌가?"

김석 전국공무원노조 국제국장에게 올해만큼 바빴던 한해가 있었을까. 3월에는 행정자치부의 노조탄압을 알리기 위힌 제네바를 찾았고, 6월에는 ILO 총회를 찾았다. 10월말에는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를 찾았고, 국제노조총연맹(ITUC)를 찾아 한국정부의 부당한 탄압을 알렸다. 8월말 부산에서 열린, ILO 아시아태평장 총회장에선,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에 대한 제소장을 접수했다. 국제사회는 어느때보다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한국 정부는 “불법단체와 대화 없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김석 국장은 “한국의 노동외교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일단 명분으로, 무기로 사용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공무원노조에 접수된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서한만도 300통이 넘어요. 한국전쟁 참전자의 가족 노동자는 ‘노동자 탄압하는 정부를 비호하기 위해 나의 아버지가 싸우지 않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호주의 한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섭외가 와서, 권승복 위원장이 출연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과는 무관하게, 한국의 공무원노사관계는 ‘여전’하다. 이 즈음에서 등장하는 단어가 ‘ILO 무용론’이다.

국제적 비판은 무기 중 하나

“글쎄요, ILO 무용론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ILO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자세입니다. ILO가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는 식으로 주체적이지 못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는 외부에 기대면서, 내부에서 투쟁이 약화된다는 관점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가 오른쪽에 대한 비판이라면, 후자는 왼쪽에 대한 비판이겠죠.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어느때보다 강고하게 싸운 한해였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댈 생각도 없었고,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조직은 틀을 잡아왔고,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던 올 한해도 노조는 성장해 왔습니다.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인정투쟁’을 계속해나가야 하겠지만, 이미 사회적으로는 인정됐습니다. 국제노동단체들이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도 공무원 노사관계 문제에서 공무원노조를 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즈음에서 김석국장은 되물었다.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라서 탄압받는다고 생각하냐”고. “노조가 요구하는 그것이 정치권력과 자본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낄 것들이니까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 투쟁은 계속 해나가야 하며, 이제는 전체 노동자와 함께 싸워가야 할 문제들로 넓혀가야 합니다. 공무원노동자들의 투쟁은 좁게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권리가 걸린 문제고, 노동자와 정치권력-자본의 싸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제연대, 현장에서 현장으로"

김석 국장은 현장에서 현장으로 이어지는 노동자 국제연대를 강조했다.

“일본의 공무원노동자들이 승리했다면, 우리의 투쟁이 좀더 쉬웠겠죠. 정부가 한국의 공무원 기본권 문제를 말하면서 ‘일본을 보라’고 말합니다. 정부와 자본은 연대하며, 서로 재생산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19세기처럼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재생산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승리하면 아시아 공무원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투쟁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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