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지난 10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국에 민주노총을 빗대 ‘암적인 부분’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데 이어, 최근 OECD 한국대사가 공식회의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노조가 아니라 폭력단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사실은 최근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존 에반스 사무총장이 이메일을 통해 민주노총에게 보고한 총회 및 연락위원회 결과와 회의에 참가했던 진영옥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통해 전해졌다.

OECD TUAC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4일과 5일 각각 총회와 연락위원회를 열었으며, 각국 노동 상황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의 반론을 보장해주는 연락위원회 자리에서는 권태식 OECD 한국대사가 참석해 발언을 했다.

존 에반스 사무총장과 진영옥 부위원장에 따르면 5일 한국의 노동 상황을 기타안건으로 채택한 연락위원회 자리에서 권태식 대사는 “한국노동자들은 세계화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입었으며 GDP는 북한에 비해 엄청나게 높고, 상황이 좋기 때문에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대사는 “한국이 OECD에서 아주 잘하고 있고, OECD 이사회에서 2007년에 한국의 노동권에 대해 (한국노동권을 감시하는 기구인) 고용노동사회분과위원회(ELSAC)의 보고를 받기로 했는데도, TUAC이 한국노동권 이슈를 제기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에반스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권 대사는 대단히 선동적으로 변해갔다”며 “그는 ‘TUAC이 한국 노동권에 대해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권 대사는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조직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죽봉으로 경찰관의 눈을 찌르는 폭력단체이며, 한미FTA 반대시위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에반스 사무총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회의자리에 있던 진영옥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무역정책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 사전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집회를 조직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파괴하려 하고 현재까지도 100여명의 조합원이 구속돼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권태식 대사는 또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6만달러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가 너무 강성”이라며 “한국 대통령은 과거에는 친노조적이었지만 지금은 노조라면 진저리를 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사는 “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이행할 새로운 법률이 12월1일 국회를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존 에반스 TUAC 사무총장은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서 지적한 사항을 언급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을 대표해 건설원청과 단체교섭을 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을 구속한 것은 절대용납 할 수 없다”며 권태식 대사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권 대사는 다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모두 부패 문제로 사퇴할 수 밖에 없었고 노조가 부패했다”며 “이 회의에서 한국의 노동권 이슈를 토론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등 진영옥 부위원장, 존 에반스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존 에반스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어느 OECD 사무처 직원은 ‘한국 대사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며 “그날 회의에 참가한 다른 정부 대사들이 한국 노동기본권이 심각한 이슈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면 회의가 끝난 뒤 그들은 분명히 심각성에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에도 OECD 사무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노사관계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에서 하나의 ‘암적인 부분’(scourge)이 민주노총 같은 일부 노동조직이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과도한 노동운동”이라고 밝혔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표현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진영옥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에서 정부와 얼굴 바라보고 대화할 때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며 권 대사의 발언을 비난했다. 진 부위원장은 “한국대사는 세번이나 손을 들면서 발언신청을 했다”며 “각국 노총이 OECD 감시절차 지속을 주장하자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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