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8일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시행됐다. 근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무원노사관계는 답보상태다. 안으로는 창구단일화 문제에 막혔고, 밖으로는 행정자치부가 노조파괴 전문가 집단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어디서 꼬였으며, 노사 관계의 파국을 막을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올 한해 공무원노사관계를 되집어본다. <편집자주>

<연재순서>
1. 행정력과 조직력의 충돌
2. 현실을 제도에 끼어 맞추다 보니
3. 답답함은 위기로 되돌아온다

 
공무원 사회에서 인사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위직 공무원은 크게 3가지 경우에 의해 승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다.

우선 중앙정부가 광역시도에, 광역시도가 다시 기초단체에 '내리꽂기' 식 인사를 하면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승진기회는 좁아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중앙정부에서 오는 공무원을 광역시도 공무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초단체 공무원들은 광역시도에서 내려오는 공무원들을 곱지 않게 보게 된다. 또한 ‘내리꽂기’ 인사는 상급기관의 하급기관에 대한 통제방식으로 활용된다.

경남도와 공무원노조 경남본부가 싸웠던 게 이 경우다.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노조와 약속한 경남도와 산하 기초단체 간의 인사교류 협약을 뒤집었다. 또한 '낙하산' 정실인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노조가 저항했고, 김태호 도지사는 “불법단체”의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폐쇄했다.
 


인사는 공무원의 모든 것

또다른 형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단체장이 자신의 측근을 고위공직자로 임용하는 것이다. 인사적체가 심각한 공직사회에서 단체장이 낙하산 인사를 통해 자리를 메워버리면, 승진 기회는 더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단체장이 다시 편을 갈라 줄서기를 시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터진 안양시의 '관권 선거' 시비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공무원노조 안양지부가 지난 10월24일 내부고발을 통해 폭로한 것에 따르면, 신중대 안양시장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되는 과정에서, 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했다. 시청 직원들이 신 시장후보의 선거공약집을 만들고, 인터뷰, 토론회를 준비했다. 시청이 신 시장의 선거캠프로 사용되고, 시청 공무원들이 신 시장의 선거참모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개별 공무원 노동자은 줄을 서거나, 인사에서 밀리거나,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10월24일 공무원노조의 고발로 신 시장은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하위직 공무원이 일만 열심히 해서 승진하기는 어렵다. 이 조건에서 공무원 비리의 전형인 매관매석이 나타난다. 승진 자리를 돈 주고 사고, 승진한 후에는 다시 돈을 받고 인사 문제를 주무르게 된다. 기피부서와 선호부서의 배치 과정, 승진과정,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의 인사교류에 '돈 봉투'가 개입하게 된다.

유통되는 돈봉투의 종자돈은 비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인허가 관계, 세무 관계에서 민원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게 된다. 이 뇌물은 인사청탁 돈봉투에 담기게 된다.

공무원들은 인사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돈을 쓰든, 줄을 잘 서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승진도 안 되는 기피부서에서 오래 일하게 된다.

공무원노조의 초기 조직력의 절반 이상은 불합리한 인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가 2003년에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에 바라는 것 중 첫번째가 “인사문제 해결”이었다.

노조는 초기부터 다면평가제 도입 등으로 하위직 공무원의 목소리가 인사에 반영될 수 있게 노력했다. 또한 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 이전에 기초-광역단체 공무원노조 간에 이뤄진 단체협약서에는 대부분, 인사교류 협약서가 첨부돼 있다.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인사전횡에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최낙삼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경험적으로 보면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수당과 복지, 근로조건 문제는 쉽게 합의가 된다”면서 “결국 인사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노조의 힘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이같은 공무원노조의 노력은 당장, 공무원 비리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불합리한 줄서기가 줄어들게 된다. 이 현상을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이라고 표현한다. 최 대변인은 “공무원이 되고 몇년이 지나면, 내가 국민과 주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인지, 권력에 봉사하는 사람인지가 모호해진다”면서 “인사 문제에 공정함이 더해질수록, 공직사회 부정부패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2006년 행정자치부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진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의 결과, 이 자정작용이 약화됐다. 노조사무실이 강제 폐쇄되고, 공무원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면서, 견제할 힘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경남도의 인사교류 협약이 무력화되고, 도지사는 측근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공무원노조 경기본부가 비리 혐의가 있는 공직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도, “불법단체의 주장”으로 치부됐다. 경기본부 사무실은 지난 5월28일 '철판 용접' 됐다. “공직사회 기강을 잡고,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공무원노조가 갖는 사회적 순기능의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

 


6년이 지나니, 대화창구는 막혀 있다

2000년 공무원연금 개정 과정에서 정부는 양대노총,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전국공무원노조의 전신), 전교조, 한교조 등과 논의를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도 했고, 국회에서 ‘올바른 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무원연금 토론회’도 열었다. 당시 토론회의 인사말을 한 사람이 차봉천 전국공무원직협 공동대표(공무원노조 초대 위원장)이다.

이삼걸 당시 행자부 연금제도개선기획단 과장은 이 토론회에 참석해서, “우리 공무원 모두가 연금은 퇴직 후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든든한 기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현직 공무원의 기득권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부가 제도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핵심 이해관계자인 공무원과 교직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수직역 연금의 제도에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대려면, 연금재정에 기여하고, 그 재정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혹 공무원 노동자가 양보할 부분이 있다면, 양보할 이유에 대해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2000년에는 정부는 이해관계자와 대화 창구를 갖고,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에도 법 개정 막바지에는 정부와 국회가 일방 처리했지만, 당시에는 공무원노조가 없었을 때였다.

그런데, 2006년 현재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공무원·사학연금 공대위’는 지난 10월27일 행정자치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행정자치부가 연금개혁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제도발전위) 안에서 무슨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청구 내용은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정을 위한 주요자료로 쓸 예정인 공무원연금 관련 KDI 연구용역 보고서 △제도발전위 운영규정 및 운영세칙 △제도발전위원 명단 △제도발전위 회의록과 회의 결과 등이다.

그에 따른 회신이 지난 11월7일에 있었다. 행자부는 “발전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명단과 회의록도 외부에 비공개하기로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행자부는 운영규정만 공개했는데, 이 안에는 “논의과정 중에 있는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가 첨부돼 있었다.

또한 KDI 연구보고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누가, 어떤 어떤 방식으로 논의하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발전위원회에는 공무원노조는 물론, 공무원노총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꽁꽁 숨겨진 논의과정

이 꽁꽁 숨겨져 있던 발전위원회 논의 내용이 12월초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기 시작했다. 공개된 내용의 핵심은 급여율의 인하였다.

11월30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2.9%로 올리고, 급여율을 현행 60%에서 50%로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적대적인 여론에 이 개정안은 기름을 부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연금 제도개선과 관련 개정안이 아닌, 개정 방향만을 공개했다. “특혜를 없애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여론은 ‘공무원연금 특혜’ 쪽으로 공격방향을 돌렸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취지와 설계가 다른 연금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이 특혜연금인지 아닌지 아직 ‘숫자’로 양 연금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쪽에서는 “논의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특혜 시비만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의도적인 여론몰이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제도 논의의 ‘진통제’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와 공무원노조총연맹(공무원노총)은 연금제도 개선 문제를 두고 내부논의와 안을 마련해 왔다. 공무원노총은 지난 9월 법내로 들어가고,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내면서, “교섭을 통한 연금 문제 논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교섭은 창구단일화 문제를 넘지 못해, 시작도 안 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연금 개혁 문제는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공무원노총은 9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공무원노조는 올해초부터, 자체 연구모임을 열면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해 왔다. 공무원노조는 연금의 사회공공성 확대를 목표로, 기초연금 도입과 연계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해 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전체 노동자의 노후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내부적 동의를 이뤄가고 있었다.

내부 워크숍 자리에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자부발'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사회공공성’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개악 저지”에 온 조직력을 모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총액인건비제, 누구와 상의해 도입하나?

정부는 오는 2007년 전면실시를 목표로 총액인건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도는 인건비 총액을 지자체에 주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인력예산을 운용하라는 취지의 제도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성과연봉제, 성과상여금제, 목표관리제, 팀제 등 공직사회 성과관리 시스템 도입을 최근 시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또한 민간기업의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와 비슷한 제도인 BSC(전략관리·성과평가 시스템)가 도입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 일련의 변화가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가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와해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행자부는 “총액인건비제와 성과관리 시스템의 도입은 개별적인 것”이라면서 “총액인건비제는 지자체의 자율권 보장을 위해 도입하는 것이지,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공공기관이 겪었던 구조조정

어느 말이 맞을까. 이와 관련한 선례들이 있다. 과거 한국통신(현 KT)에 총액임금제가 도입된 것은 1980년대 말~90년대초였다. 80년대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1982년 이전까지, 공무원이었다. 호봉에 따른 임금지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 정책에 의해 임금인상 폭이 정해졌다.

당시 한국통신은 각종 수당을 늘려서, 직원들의 임금을 더 주었고, 이리하여 수당이 거의 본봉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80년대말 총액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정부는 인건비가 아닌 예산의 ‘변칙적인’ 임금 지급을 막았다. 또한 ERP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돈과 성과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른바, ‘투명성’이 확보된 것이다.

이 조건은 성과관리 시스템 도입의 근거자료로 활용됐고, 소속 기관별, 직원별 성과경쟁을 평가할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통신이 민영화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외주화가 진행됐다.

6만5천명이 일하던 한국통신에 이제 3만1천명이 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14 전화안내 서비스가 외주화됐고, 유료화됐다. 건물관리 등의 업무에 비정규직이 투입됐다.
정부가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총액인건비제와 과거 한국통신에서 도입됐던 총액임금제는 내용적으로 같은 제도다. 또한 과거 한국통신에서 임금구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임금은 각종 수당의 비율이 높다. 정부는 과거 한국통신에서 했던 것처럼, 각종 수당을 기본급 안에 포함시키고, 임금의 3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운동을 하다 KT에서 해고된 이해관씨는 “KT의 경우, 1998년 민영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외주화와 구조조정이 진행된 만큼 공무원 노동자들의 경우와 완전히 같진 않다”면서도 “과거 총액임금제 도입이 구조조정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해관씨는 “총액임금제가 도입되고 되면, 단기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과거 KT가 겪은 일과 정부가 공직사회에 도입하고 있는 것은 내용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80년대말~90년대초 이후 진행된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은 대부분 총액임금제, 성과관리시스템 도입과 함께 시작됐다.
공무원노조는 총액인건비제 도입 저지를 중심 사업계획으로 잡고 있다. 공무원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공무원 노사 간에 직접대화는 아직 없다. 총액인건비제는 2007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난맥은 위기를 내포한다

박재범 공무원노조 정책국장의 분석을 들어보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일관되게 공직사회 구조조정을 향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당연히 연금재정의 부담을 지우게 된다. 정부는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연금 급여율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 구조조정하면서 연금 부담도 줄이려는 것이다. 결국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탄압은 공무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의도 아래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임금, 고용안정과 관련된 문제를 사용자와 협상하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2006년 현재, 법 밖의 노조는 “불법단체”라서 외면받고 있고, 법 안의 노조는 창구단일화에 막혀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연금, 근무조건, 임금, 고용안정성과 관련된 주요한 사항은 정부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정부가 공무원 노사관계의 안착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혹, 공무원노조단체의 약화를 함께 의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가는 대목이다. 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 후 1년, 난맥은 공무원노동자의 위기를 함께 의미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15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