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5일 정부가 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 등 경제법 적용을 골자로 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은 “노동법이 아닌 경제법을 적용할 경우, 특수고용직노동자를 ‘사업주’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대책안에서도 소외된 직종의 노동자들은 더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4회에 걸쳐 10.25 정부대책안의 한계를 짚어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해본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연재순서>
1. 가상시나리오-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공정위 방문기
2. 우리는 정부대책에서도 소외됐다 ‘화물·덤프기사들의 잠 못 이루는 밤’
3. 특수고용직 ‘노동권’ 논의 이렇게 후퇴했다
4. 이제는 특수고용직 ‘노동법적’ 보호방안


정부가 지난 2000년 10월 ‘비정형근로자 대책방안’을 발표하며 특수고용직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노조법 적용을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논의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는 99년 재능교육교사노조가 위탁계약직 노조 최초로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고 활동하는 등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이에 '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취지로 하고 있는 노조법의 적용을 인정한다는 전제 아래,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취지로 하는 근기법의 적용 여부를 따져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입법 취지부터 다른 노조법과 근기법은 ‘근로자’를 판단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성’을 우선시하는 반면, 근기법은 ‘인적 종속성(사용 종속성)을 주요하게 살핀다.

좀 더 살펴보자. 노조법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근로자로 보고, 근기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성’ 즉, 계약 당사자 간 경제·사회적 조건과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 유무와 정도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다. 반면 근기법은은 ‘인적 종속성’을 주요하게 살핀다. 즉 '누구'(사용자)에게 고용돼 있으면서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 사용자에 의해 근로시간과 근로제공 장소가 지정되는지, 업무를 수행할 때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를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 잣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법원판결→행정해석' , 근로자성 인정 범위 축소

두 법의 이 같은 차이는 ‘인적 종속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제적 종속성은 높은’ 경우인 특수고용직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왔다. 또한, 이 같은 차이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법원 판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법원 역시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경향은 최근 들어 노조법상 근로자성 마저 부정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어, ‘근로자성 인정을 통한 개별적·집단적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노동계의 요구와 상충하고 있다.

다음은 하갑래 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의 저서인 <근로기준법(중앙경제사, 2006)> 중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특수고용직 중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한 법원 판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부 행정해석의 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해 행정해석(근기 1455-4192, 1973.4.30)은 ‘사용자가 제공한 시설을 이용하여 금품을 받는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해 오다가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견해를 변경해(노조 01254-10992, 1989.7.26)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도 부정하게 된다(근기 01254-11493, 1989.8.4).

판례의 입장을 보면 노동조합설립신고와 관련해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하급심(서울고판 89 구 9762, 1990.2.1)이 있었으나 대법원(대판 90 누 1731, 1993.5.25)에 의해 ‘노무공급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사용자와 근로제공자 사이의 지휘·감독관계, 보수의 근로대가성, 노무의 실질과 내용 등 노무의 성질관계로 볼 때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므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배척되었으며 행정해석(근기 68207-906, 1994.6.2)도 이를 따라 과거의 태도를 바꾸어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의 대법원판례가 경기보조원에 대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판시(대판 95 누 13432, 1996.7.30)를 하고, 이에 따라 하급심(서울행판 2001 구 6783, 2001.9.4 : 서울행판 2000 구 30598, 2001.8.21 : 서울행판 2001 구 20079, 2001.11 : 서울행판 2001 구 33013, 2002.2.7)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성까지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한편 행정해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인정하는 입장을 유지(여정 68240-404, 1999.8.27 : 근기 68207-2077, 1999.8.24)하다가, 사안별로 해석을 달리하는 것으로 견해를 수정(근기 68207-1448, 2000.5.3)한 후 최근에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례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근기 68207-418, 2003.4.18 : 근기 68207-703, 2003.6.13).

노동계는 이 글에 나타난 판례 및 정부 입장의 변화 과정에 대해 “당초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으나, 지휘·명령성(인적 종속성)을 주요하게 여기는 법원 판례의 영향을 받아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준근로자→유사근로자' … 노동계 "6년 논의해 노조법 박탈?"

정부는 2000년 10월 경제정책조정회의 안건으로 논의된 ‘비정형근로자 보호대책’을 발표하면서 특수고용직을 ‘근로자에 준하는 자(준근로자)’로 보고 △단결권 인정 △해고 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밝힌 ‘준근로자’ 개념은 ‘노조법의 적용을 받으며, 근기법의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어 2001년 7월 발족한 노사정위 비정규직특위에서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2년여 논의 끝인 2003년 5월 ‘유사근로자’란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공익위원은 이른바 ‘유사근로자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유사근로자는 근기법 및 노조법 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자”라며 “이들에게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준근로자’에 이은 ‘유사근로자’의 등장에 대해 노동계는 “2000년 ‘준근로자’ 당시에는 노조법 적용이 당연시됐는데, ‘유사근로자’ 개념이 등장하면서 노조법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며 “보호방안이 아니라 후퇴방안”이라고 반발했다.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논의는 2003년 7월 노사정위 특고특위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지난해 11월 공개된 공익위원 검토의견에서 △4개 직군별로 근기법 및 노조법 적용 여부 검토(경기보조원만 노조 허용)(1안) △근기법 및 노조법 준용을 배제하되 별도의 보호방안 마련(2안) △노조법을 준용하되 노조법 준용에 대한 특례 검토(3안) 등을 제시했다. 이 안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근기법은 물론 노조법의 노동자성도 점차 부인해 온 법원 판례를 정부가 뒤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는 올 10월25일 지난 6여년의 논의 결과를 종합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노사정위 등을 통해 관련 대책을 논의해 왔으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 싼 노사간 의견접근이 어려웠다”며 “노동계가 주장해온 근로자 개념 확대, 노동3권 보장 등 노동관계법을 통한 2차 보호방안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노동계는 “6년을 논의한 결과가 겨우 노조법 적용 박탈이냐?”고 반발했다.
 


뜨거운 감자 '유사근로자'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에 대한 6년여의 논의 경과를 지켜봐온 노동계는 “논의를 하면 할수록,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은 후퇴를 거듭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준근로자’에서 ‘유사근로자’로의 개념 변화에 대해 “노동자성을 부정한 명백한 후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처음 등장한 ‘유사근로자’ 개념을 올해 다시 들고 나왔다.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해 “우선 시급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1차 보호안), ‘유사근로자’로 인정되는 직군에는 개별적·부분적으로나마 노동법을 적용한다(2차 보호안)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후퇴를 거듭했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2000년 제기된 준근로자 개념은, 이를 즉각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던 것”이라며 “노동권을 부정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논의의 최대 관심은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 ‘유사근로자’의 밑그림을 그릴지에 맞춰지고 있다. 정부는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 사례를 참조해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특히 독일의 유사근로자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경우 사회보장법과 노동법의 적용 대상을 근로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와 유사한 자영업자’(유사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해 왔다. 독일의 유사근로자는 단체협약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독일은 ‘경제적 종속성’ 여부를 살펴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의제하거나 유사근로자로 보고, 이들에게 사실상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자와 유사근로자를 포괄한 ‘취업자’ 개념도 등장했다.

독일 외에도, ‘노무제공자’ 개념을 사용하는 영국, ‘독립노동자’ 개념을 사용하는 프랑스, ‘독립노무제공자’ 개념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등도 근로자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고, 개별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동계 "‘유사’ 근로자 아닌 ‘원래’ 근로자"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유사근로자’ 도입 방침에 대해 시큰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일단 “자영인까지 근로자 범주에 포괄하는 외국의 ‘유사근로자’ 개념을 정부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더불어 “한국의 특수고용직은 근로자성의 징표인 ‘인적 종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원 판례의 경직성과 이를 악용한 사용자들의 탈법적 근로자성 회피로 노동관계법상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위장된 자영인’으로 봐야한다”며 “특정 사용자의 사업조직에 절대적으로 편입돼 있는 한국의 특수고용직은 외국의 ‘유사근로자’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동계의 이 같은 입장은 특수고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화물차 기사 등이 애초부터 특수고용형태였던 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정규직이었다가 사용자측의 경영 및 노무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고용형태가 전환된 것이라는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99년 발표된 노동부연구용역보고서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여성취업자의 실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학습지회사, 골프장, 서적판매, 자동차판매, 화장품판매, 보험판매, 식음료판매업체에 ‘특수고용형태로 인력을 활용하는 사유’를 묻는 질문에 △업무실적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경기변동에 따라 인력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 △퇴직금, 사회보험 등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특히 노조와의 마찰을 겪고 있던 학습지회사와 골프장은 ‘노사분규와 같은 노동문제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 보호방안 논의에 영향을 미쳐 온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인적 종속성 여부를 따지는 법원의 판단기준은 기존의 정규직이던 노동자들이 사측의 경영 및 노무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강제 또는 반강제로 개인사업자등록을 내기에 이르렀던, 특수고용직의 형성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적합하지 않은 기준에 의해 판례가 형성됐고, 그 판례가 특수고용직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틀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특히 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직을 근로자 개념에 포함 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달 이 같은 취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동법학계에서는 “모든 노무제공자에 대해 최소한의 공통적 보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설정하더라도 해석의 문제가 남을 것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감안, “모든 노무제공자에 대해 최소한의 공통적 보호를 하고, 이 가운데 특수고용직들은 일부를 보호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는 모든 노동법적 보호를 하는” 중층적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 편 <이제는 특수고용직 ‘노동법적’ 보호방안>에서는 정부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법적 보호방안’의 내용을 전망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바람직한 입법방향을 고찰해본다.
 
 
<매일노동뉴스>2006년 12월14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