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진행 상황을) 매일노동뉴스 보고 알았다” 요즘 기자가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이들은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나는 노동자들도 아니고, 공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현장 노조간부도 아니다. 민주노총 중앙 간부와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들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소위가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을 다룬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매일노동뉴스>나 일부 인터넷 신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체에서는 법안 심의 관련 보도를 접할 수 없다. 법안소위 경과를 취재하는 기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다보니 민주노총 조합원은 물론 국민 대중들은 문 닫힌 법안소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의 모른다.

사실 노사관계로드맵법안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법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복잡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의 논점은 간단하다. 지금은 회사 사장(사용자)이 아무런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안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했다. 또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정해진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도 사용자가 파업 노동자 대신 다른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게(대체근로) 돼 파업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 밖에도 논란거리는 무수히 많다.

한마디로 이 법은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내용이다. 이처럼 중요한 법안이 문 닫힌 ‘밀실’에서 대부분 노동자의 무관심 속에 ‘치열하게’ 심사되고 있다.

물론 법안소위 회의 장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법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은 매 회의를 전후해 진행경과를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심사과정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피력했고, 그래서 결국 그 법안이 이렇고 그렇게 처리됐다는 것을 자세하게 ‘알 권리’가 있다. 입법권은 국회와 의원에게 있지만, 국민은 ‘알 권리’를 전제로 이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다. 따라서 국회는 대부분 회의를 공개하고 있다. 이는 대의정치의 기본이기도 하다. 지금 환노위는 그 기본을 어기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법안소위원장에게 있다. 우원식 법안심사소위원장은 회의 경과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다음 책임은 민주노동당에게 있다.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겠다고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이지만, 회의 내용을 ‘노동자 서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 '원내 소수'라고 억울해하기 전에 자신들이 대변하겠다는 ‘노동자 서민’과 어떻게 하면 호흡을 맞출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다른 여야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와 국민에게 큰 파급효과를 불러 올 중요 법안이 무관심 속에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이러고도 ‘법’을 사회적 합의의 소산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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