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조흥은행지부는 지난 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제21대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수정 후보조와 이용규 후보조를 상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후보들의 출마배경과 양 후보의 정책적인 차이점을 듣고 진지하게 평가했다. 핵심 쟁점들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정리해본다.

“노조 체질 개선 필요하다”

기호1번으로 출마한 김수정 후보는 자신이 지회간부들의 추대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 노조 집행부 정책부장인 김수정 후보는 “지회 간부들의 추대를 받게 된 것은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조흥은행노조의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한 사람의 판단에 의지해 노조의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아 단결해 나가는 것이 노조 활동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뛰어난 한 사람의 결정에 모두가 따르고,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노조라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강한 노조가 되기는 힘들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후보가 체질 개선을 강조한 것은 은행측이 한 사람을 상대로 집중적인 노조 대응책을 펼쳤을 때, 노조가 쉽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던 조흥노조에 대한 평가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진행해 온 조흥은행노조의 생존권 투쟁을 중심으로 한 성과는 계승하겠으나 이 과정에서 투쟁 자체가 목적이 되고 노조간부들이 관료화된 점은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쟁 자체에 매몰되어 투쟁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노조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통합의 리더십 구현하겠다”

기호2번 이용규 후보는 현장 조합원들의 현재 상황을 직접적인 출마 배경으로 언급했다.

이 후보는 “최근 조합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경영평가, 분기월별로 가중되는 목표 부여 때문에 영업현장은 한시도 숨쉴 틈 없는 전쟁터이며, 이렇게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조합원의 기대를 저버리고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 집행부를 직접 겨냥했다. 이 후보는 “현 집행부의 전략전술의 실패와 무능함을 보면서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고민했다”면서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똑같은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행부의 판단착오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로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에게 돌아갔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합원들의 마음 속에서 노조를 떠나게 한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후보는 “더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요한 과제는 출신조직 간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통합은행 내에서 상호불신과 갈등 요인들을 최소화시켜 대통합의 기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노조 선거는 대통합을 위해 어떤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후보는 이어 “대통합의 리더십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조합원이 기댈 수 있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노조 역할은?”

김수정 후보는 외환위기 이후 18대 집행부 이후부터 생존권 투쟁을 격렬하게 전개해 그 이전 노조의 노사협조주의적 모습과는 차별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투쟁이 지속되어 오면서 투쟁 자체에 매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상임간부들의 관료화가 진전됐다고 진단했다. 한 사람의 명망가 위주의 활동 때문에 사측에서 한 사람만 상대하면 노조가 무너지는 폐단을 보인 것도 과거 노조의 문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개인을 중심으로 모인 노조는 안 된다”면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조합 자체의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규 후보는 노조는 투쟁을 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노조가 조합원과 함께 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난 집행부는 사측의 과도한 개입, 영업현장의 긴박성도 작용했으나 노조가 조합원들의 현장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전술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장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노조의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향후 출범할 노조는 관심을 돌려버린 조합원들로부터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신한지부와의 통합은?”

김수정 후보는 시기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통합의 방향을 강조했다. 조흥노조와 신한노조는 과거 경영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경험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은행장이 나서서 노조 통합이 과제라고 밝히고 있는 것을 배제해야 하며, 양 노조가 자율적으로 통합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김 후보는 밝혔다.

이용규 후보는 빠른 시간 안에 무조건 통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과거 경영진과 통합과 관련해 합의한 부분을 평가하면서 통합을 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은행측의 통합 요구에 따른 통합이 조흥 조합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며 “조합원이 불이익이 없는 방향에서 서두르지 않고 내실 있는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구조조정 대응은?”

김 후보는 “현재 상황은 언제든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명예퇴직 자체는 본인이 일단 쓰면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며 긴박한 경영상 위기상황이 아니더라도 희망퇴직의 개연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평소에 퇴직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상시적으로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구조 개선”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책과 직급을 분리해 승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후보는 “향후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적인 사유가 있어야 인력구조조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현재 신한은행은 당기순익 1조원 이상을 내고 있기 때문에 강제로 인력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당위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강제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을 하고 노조가 사후에 저지투쟁을 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조가 구체적으로 인사정책 전반에 관여하겠다”면서 사전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또 “대등 통합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는 중심을 잡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조합원들에게 알려내는 활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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