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은 비정규직법안 심의 때와 양상이 전혀 다르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조항은 연내 처리라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 사회적 압박도 비정규직법과 다르다.

비정규직법은 2004년 11월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부터 양대노총이 손잡고 반대투쟁을 벌였다. 양대노총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고 국가인권위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덕분에 여론도 비정규직법 정부안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다.

비정규직법의 국회 심의에 본격 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최종안’을 내놓은 직후부터였다. 이후 1년이 지연된 것은 국회 밖 정세보다는 민주노동당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국주도권 다툼이 큰 이유였다.

반면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은 민주노총이 배제되기는 했지만 한국노총과 경총 등 재계가 합의했고 정부가 추인한 형식을 거쳐 입안됐다. 여야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비정규직법 ‘최종안’을 제시했을 때보다 여건이 좋다.

홍준표 환노위원장은 최근 여러 차례 회기 내 처리를 강조해 왔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최근 들어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에서 “국회가 해야 될 일이 많다"면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도 중요하고 여러 민생법안을 최선을 다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에는 김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과 홍준표 위원장, 배일도 노동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한국노총을 찾는다. 한나라당은 이날 방문에서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격려하고 입법 추진을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 결과가 법안 처리의 시기나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노위를 전격 통과한다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처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연말까지 사학법과 예산안 등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로드맵 일부 조항을 들고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를 요구하면서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법에 이어 노사관계 로드맵이 여야 대치 정국에서 또 하나의 카드로 부상하는 셈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12월 5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