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6월27일 파견직으로 입사해서 파견 2년, 계약직으로 현재 3년차 입니다. 다른 계약직 사원들은 계약기간 3년이 만료되고 모두 해고된 상태입니다. 저 역시 해고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계약기간은 내년 6월26일까지입니다. 저는 어떻게 되나요?” 이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비정규직법 관련 질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미 비정규직법이 통과를 이유로 기업들은 기간제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있다.

◇ 기간제 대량해고 사태 오나 = 경총은 지난해말 회원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2년 계약기간이 돌아오면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하겠다는 응답이 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은 정작 마음이 없는 것이다. 대신, 다른 방법, 즉 파견이나 도급 등 외주화 등의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란 지적이 노동현장에선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를 1년11개월을 사용하고 해고하면 기간제 노동자는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차별시정제도를 마련해 비정규직 사용으로 인한 비용절감의 유인이 크게 감소될 것”이라고 답을 내놓고 있다. 차별시정제도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줄어든다면 자연스레 2년이 지난 뒤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겠냐는 대답이다.

그러나 노동계 한 관계자는 “2년 이내 한시적 일자리에만 기간제를 쓰라는 입법취지와는 상관없이 남용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적극적 근로감독과 사법부도 적극적 고용 법해석을 통해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차별시정제도 실효성 있을까 =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절차를 마련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을 할 경우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여하고 있으며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가 차별시정신청을 이유로 해고 불이익을 준다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렇다면 기간제 노동자가 2년 이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했을 때 차별시정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를 각오해야만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차별시정 신청을 했을 때 나중에 노동위원회에서 봐야 되지 않겠냐”며 “그러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 차별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 차별시정제도를 통한 사용자 처벌만 언급했을 뿐 복직의 길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안이 발의되고 지난 2년간 이미 사용자가 조치를 취해 빠져나갈 ‘구멍’을 이미 만들어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분리를 완료해놓거나 호텔 등 서비스부문의 상당부문을 도급화로 외주화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현재 차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장도급을 가려내고 철저히 단속하는 등 후속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파견노동 업무확대 된다 = 비정규직법에는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할 수 있는 절묘한 문구가 포함돼 있다. 비정규직법안에는 “현행 대상업무 열거(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업무의 성질’을 추가”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대상업무를 확대·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상수 장관도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파견노동자를 넓혀 사업주의 탄력적 사업활동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의 금지업무, 제조업 등 기타업무의 일시·간헐적 사유 등은 현행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재 26개 대상업무 중에서 상대적으로 파견직 사용이 덜한 단순업무는 제한할 수 있지만 이외의 영역에서 파견직 수요가 요구되는 대상업무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26개 업종으로 제한했던 것마저 풀리고 말았다”며 “제조업 파견이 불법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허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경우는 위장도급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어 하도급 남용을 억제하는 추가입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불법파견 적발시 즉시고용 해야 =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법은 불법파견 적발시 즉시고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파견기간 2년이 넘지 않은 가운데 불법파견 판정이 나도 2년을 초과해야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노동계는 불법파견 적발시 즉시고용의무를 두도록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이번 비정규직법에서는 불법파견에 대해 사용사업주에 대해서도 파견사업주와 마찬가지로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불법파견 판정 노동자의 재고용의 길은 만들어두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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