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 개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30일. 민주노총에게 이날은 ‘눈 뜨고 당한 날’이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일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에게 지난 11월30일은 패배의 날이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투쟁이 정당했는데도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노동법 개악 저지는 이번주가 분수령”이라며 “힘들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8일까지가 민주노총에게는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2년여를 끌어오던 비정규직법이 눈깜짝할 사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도 정기국회 마무리와 동시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2일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 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실질적인 노동법 개악안 저지 성과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노조 즉각 시행과 전임자임금지급 노사자율 등 노사관계 민주화입법안 쟁취는 고사하고,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해고 처벌조항 삭제 등까지 통과되는 것도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산별대표자회의와 단위노조 대표자결의대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전면총파업을 계속하겠다며 최고 수위의 투쟁방침을 확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 내부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은 2일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 회의자료에서 “조합원과 간부들의 노력으로 총파업 투쟁이 지속되고는 있으나, 총파업이 확산되지 못하고 일정한 동력상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5일 경고파업부터 시작해 같은달 22일, 23일, 24일, 29일, 30일, 이달 1일까지 총 7번의 파업을 벌였지만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날짜별 편차도 컸다. 금속연맹 중심의 파업 양상도 여전했다.

14만5천명이 참가한 지난달 15일 경고파업은 금속연맹이 11만5천명이었고, 2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한 22일 파업에서도 금속연맹이 11만6천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금속연맹이 산별완성대의원대회를 치른 23일에는 2만여명만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7만여명 중 4만5천여명), 29일(15만9천명 중 13만명), 30일(12만명 중 10만명), 1일(13만 6천명 중 10만명) 파업도 마찬가지였다.

또 민주노총이 실제 파업 못지않게 각 지역별 총파업결의대회 참가를 통한 “위력적인 가두시위”에도 무게를 뒀지만, 역시 금속연맹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국회 앞 집회 인원은 15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일부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고 오는 4일 민주택시연맹이 택시 3천여대를 동원해 서울시내 차량시위를 계획하는 등 비교적 파급력 있는 투쟁이 금속연맹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서울 국회 앞을 비롯해 경남과 부산 등 일부지역 민주노총 집회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16개 지역본부 가운데 서울, 인천, 제주, 충북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본부장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 이어 일부 산별연맹 위원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일 단위노조 대표자결의대회에서 대부분 산별연맹은 적어도 간부들의 파업과 집회 참가 결의를 밝혔다.

대 국회 전술도 ‘노동법 개악안 저지’를 일차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30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민주노동당 차원의 유연한 대국회 교섭을 요구하되,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 대표자들이 공동으로 진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목표달성이 가능한 법안 내용을 준비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현상들이 민주노총 관계자 말대로 “실질적인 총파업에 불이 붙고 있는 상황”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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