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 사옥에서 열린 민주노총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는 비교적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간부들은 약 400여명으로 하루 전날 대회가 결정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상보다 많다는 평가다. 또 간부들은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4시간여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금속연맹 등 일부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된 지난 파업투쟁에 대해 솔직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 또 4일부터 연속 전면파업을 앞둔 민주노총 가맹산하 조직들의 전반적인 투쟁동력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권수 현대자동차노조 부위원장은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총파업을 결정하면 무조건 가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현대자동차노조와 금속연맹은 일개 단위노조와 하나의 연맹일 뿐”이라고 말했다.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정기국회 일정이 끝날 때까지 전면총파업을 결정했지만, 그동안 전개된 파업양상을 봤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홍광표 금속연맹 사무처장은 “금속은 잇단 파업으로 불만과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며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나와서 어떻게 총파업 결정에 복무할 것인지 계획을 제출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주봉희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위원장은 “조준호 위원장 사업장인 기아자동차노조를 최근 파업현장에서 보지 못했다”며 조 위원장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준호 위원장은 “기아차노조가 선거 공고가 나가면서 (투쟁을) 안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총연맹에서 총파업 복무를 요구하고 권고하고 있으니 다른 사업장에서도 격려를 해달라”고 말했다.
정의헌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제조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산별연맹의 중심 사업장이 서울에 있고 조합원이 20만명이나 되지만 서울 지역 자체적으로 집중투쟁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상근간부들만 해도 최소한 500에서 1천명”이라며 “서울지역을 디딤돌로 투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금속연맹 중심 파업과 집회 인원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연맹별 토론 과정에서는 “각 단위사업장에서 한명이라도 좋으니 반드시 노조 깃발을 들고 나오라고 방침을 정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를 지적하는 금속동지들에게 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연맹 현실 때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 임원은 이날 회의 소집 배경에 대해 “파업에 참가 못하는 노조들이 사업장마다 50명씩, 아니 10명씩만 집회에 데려 나와도 위력있는 투쟁이 되는데도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산하조직에 지침을 내려도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 때문에 당사자들인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이런 현실을 솔직히 보여주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별연맹 별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1시간 정도 연맹별 토론을 거쳤으며, 회의 말미에는 각 산별연맹 위원장이 결의와 구체적인 투쟁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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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