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노동조합의 파업이 한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기업으로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장기파업인 셈이다.

노사 양쪽은 5일까지 17차례의 교섭 끝에 엘지 인터넷 채널아이 인수와 유상증자 등 경영 5대현안은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단체협약안 개정과 무노동 무임금, 임금인상 등 3가지만 남은 상태다.

회사쪽은 단협에서 회사 휴·폐업 분할·합병 때나 인사제도 및 관련 규정을제정 또는 개정할 때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하도록 돼 있는 조항을 `사전 협의'로 바꾸자고 한다.

노조쪽은 연봉제 등 엘지그룹의 구조조정 마스터 플랜을 강행하려는 포석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임금쪽은 기본급 대비 5%를 제시한 회사와 전년도 총액대비 9.5~14.5% 인상안을 내세운 노조가 대립하고 있다.

회사쪽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은 임단협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양보할 수 없다”며 “노조와 회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협상할 것이며, 특히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여유를 갖고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와 관계없이 데이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오너경영체제와의 문화적 충돌이란 측면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경영진과 대주주 엘지그룹에 대한 노조의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법외조직인 엘지 구조조정본부가 개별 회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모습을 지켜본 조합원들의 불만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파업에는 경영계획본부, 홍보실 등 경영진과 밀접한 직속부서 직원들까지 가세할 정도다.

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높다. 지난 98년 155억, 99년 16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182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하나로통신 지분매각 등을 통해 6천억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을 은행차입으로 대신하느라, 지난해 83%이던 부채비율이 올해말 2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데이콤 문제가 꼬이자 엘지의 고민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파업에 얽히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장악한 데이콤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경영이 악화되고 있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엘지 관계자는 “시외전화사업처럼 수익이 안나는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대화가 되지않는 상황에서는 모든 논의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